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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처럼 꿈꾸고 상상하고 모험하라 … 창조의 힘이 샘솟으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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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고(故) 김수환 추기경은 동성고등학교 개교 100주년(2007년) 기념 전시회에 자화상을 내놓았다. 자화상 아래에는 세 글자, ‘바보야’라고 적혀 있었다. 사회적 반향은 컸다. ‘바보’란 말은 종교적 화두, 시대적 화두로 떠올랐다. 지난해 2월 김 추기경이 선종했을 때도 ‘바보 김수환’이란 애도의 문구가 곳곳에 걸렸다.

 사실 종교에서 ‘바보’란 단어의 울림은 의미심장하다. 거기에는 자아를 향해 눈을 감고, 그리스도를 향해 눈을 뜬다는 본질적 의미가 녹아있다. 밀리언셀러 『무지개 원리』의 저자인 차동엽(인천 가톨릭대 교수·미래사목연구소장·사진) 신부가 그 ‘바보’를 화두처럼 껴안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차동엽의 바보론’을 꺼내며 눈을 떴다. 그걸 담은 게 신간 『바보 ZONE』(여백)이다.

 차 신부는 “우리 안에는 바보 지대가 있다. 이름하여 ‘바보 ZONE’이다. 누구에게나 그게 있다”고 말한다. 어찌 보면 종교의 길, 수도의 길, 수행의 길은 한마디로 바보 찾기다. 온갖 분별로 잘난 체하는 ‘나’를 허물고, 내 안에 묻혀있는 바보를 찾아서 끄집어내는 일이다.

차 신부는 그런 바보찾기를 위해 12가지 길을 제시한다. ‘상식을 의심하라’ ‘망상을 품으라’ ‘바로 실행하라’ ‘작은 일을 크게 여기라’ ‘큰 일을 작게 여기라’ ‘미쳐라’ ‘남의 시선에 매이지 마라’ ‘황소 걸음으로 가라’ ‘충직하라’ ‘투명하라’ ‘아낌없이 나누라’ ‘노상 웃으라’.

찬찬히 살펴보면 이 12가지 비책 중 상당수는 바보가 되기 위한 포맷 작업이다. 나의 상식, 나의 선입견, 남의 시선을 사정없이 허물며 포맷을 시키라는 얘기다.

 이유가 뭘까. 창조의 바탕을 마련하는 거다. 그렇게 포맷된 자리에서 창조의 에너지가 나오기 때문이다. 차 신부는 스티브 잡스 얘기를 꺼낸다. 미 스탠포드대 졸업식에서 잡스가 했던 축사 마지막에 이런 대목이 있다. ‘Stay hungry, stay foolish. (계속 배고프고, 계속 바보스러워라)’ 차 신부는 그 대목을 “바보처럼 꿈꾸고, 바보처럼 상상하고, 바보처럼 모험하라”고 풀이한다. 바보와 창의성, 이름은 둘이지만 실은 하나의 몸뚱이다.

 소설가 최인호씨는 추천의 글에서 “바보야말로 내가 남은 여생에서 삶의 목표로 하고 끝까지 좇아가야 할 진리의 문임을 깨달았다”고 썼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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