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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별 오디션 통해 배우 선발 … 마당놀이 같은 연극 시도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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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손진책 국립극단 초대 예술감독이 10일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국립’이라는 틀에 갇혀선 안 된다. 역동적이고 유연한 국립극단을 만들겠다.”

 재단법인으로 출범하는 국립극단의 초대 예술감독에 임명된 손진책(63·극단 미추 대표) 씨의 취임 일성은 ‘변화와 개혁’이었다. 10일 기자간담회를 연 손 감독은 “세상이 달라지듯 국립극단도 바뀌어야 한다”며 “한국 연극의 중심을 잡아 세계 연극과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논란이 됐던 상주 단원제에 대해선 “고정적으로 월급을 받는 단원은 두지 않겠다”고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국립극단은 연극인 모두에게 개방돼야 한다”며 “작품별 오디션을 통해 배우를 선발하겠다”고 언급했다. 다만, “한번 올라간 작품이 인정받아 그 작품이 레퍼토리가 되면 자연스레 장기간에 걸쳐 계약을 맺는 배우가 생겨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 초 국립극단이 국립극장의 보호막을 벗고 독립한다는 얘기가 돌 때부터 손 감독은 국내 연극인 중 가장 유력한 예술감독으로 꼽혔다. 정작 본인은 “난 예술가다. 반면 국립극단 초대 예술감독은 얼개를 짜고 제도를 안착시켜야 하는, 일종의 CEO다. 나와 안 맞는다”며 고개를 저어왔다.

주변에서 등을 떠밀고, 문화부 관료가 찾아가도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 반전은 9월 초에 있었다. 그가 생활하며 연극 연습도 하는, 경기도 양주시 극단 미추 연습실로 원로 연출가 임영웅(74)씨가 한밤에 직접 찾아간 것. “당신도 이제 연극계 어른으로서 책임감을 가져야 하지 않겠어”라는 간곡히 부탁이 있었다. 임씨가 돌아간 뒤 손씨는 “허, 참”을 여러 번 되뇌였다고 한다.

 손진책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마당놀이’다. 1981년 시작했으니 올해가 30년째다. 마당놀이에서 윤문식(67)씨와 늘 부부 역으로 나오는 김성녀(60)씨가 손 연출가의 진짜 부인이다. 손 감독이 국립극단으로 가게됨에 따라 극단 미추 대표는 김성녀씨가 맡게 된다. 손 감독은 “마당놀이는 30년만 하고 후배에게 넘기려 했다. 올 무대가 내 마지막 연출이 되지 않을까 싶다”면서도 “마당놀이와 같은, 관객과 호흡하는 형태의 연극을 국립극단에도 적용하겠다”라고 말했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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