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 한식으로 뉴요커 입맛 유혹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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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8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2010 한국의 맛’ 행사를 주관한 요리사와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군장대학 이서형 교수와 이승우 총장, 고영숙 세프, 전경철 세프장, 김희연 분향 마약밥 대표.

이번엔 정통 한식으로 승부했다. 요리도 모두 한국에서 날아간 한식요리경연대회 입상자가 맡았다. 8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에디슨 볼룸에서 뉴욕 총영사관과 한국문화원 주최로 열린 ‘2010 한국의 맛’ 행사 이야기다. 최근 뉴욕에선 한식을 알리는 행사가 다양하게 열리고 있다. 대개 서양인의 입맛을 감안한 퓨전 한식이 많다. 그런데 이번엔 정통 한식을 선보였다.

 요리사 선발부터 달랐다. 이번에 참가한 12명의 요리사는 모두 국내 한식요리대회 입상자다. 지난 8월 서울에서 15개 대학 요리학과 교수를 포함한 한식 요리사 500여 명이 참가한 대회에서 각 지역별로 1~3위 안에 든 요리사를 선별했다. 외국 요리학교가 아니라 국내에서 정통 한식을 전공한 세프들이다.

 세프를 대표한 전경철 단장은 경기대 겸임교수이다. 그는 국내외 요리경연대회에서 7차례 금메달을 딴 세프다. 전 단장은 “미국을 비롯한 서구인에게도 한식이 많이 알려지다 보니 퓨전보다는 서양에서 흔히 접하지 못하는 정통 한식을 찾는 사람도 많아졌다”며 “서양인 입맛에 맞춘 퓨전 한식도 보급해야 하지만 정통 한식을 제대로 알리는 일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소개한 특별 메뉴는 세 가지다. 산마를 넣은 약밥과 홍삼 불고기에 간장 게장이다. 전 단장은 “뉴욕에 오기 전 워싱턴에서 같은 메뉴를 소개했더니 가장 먼저 떨어진 게 간장 게장이었다”며 “게장은 한국 사람만 먹는 음식이란 생각은 오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인삼과 마를 비롯한 호두·땅콩·해바라기씨 등 33가지 곡물을 산마와 함께 넣어 지은 영양밥 300인분은 한반도 모양을 한 초대형 솥에 담았다. 초대된 귀빈들이 통일을 기원하며 큰 주걱으로 약밥에 들어간 곡물을 섞는 퍼포먼스도 펼쳐 눈길을 끌기도 했다.

 행사 뒤 주최 측은 각종 정통 한식 요리법을 담은 책자를 나눠줘 큰 인기를 끌었다. 이번 행사를 공동 주관한 이승우 세계한식요리경연대회 조직위원장 겸 군장대학교 총장은 “앞으로 매년 정통 한식을 미국 주류사회에 소개할 계획”이라며 “한식 요리법을 표준화해 보급하는 사업도 펼칠 방침”이라고 말했다. 행사에는 찰스 랭글 연방 하원의원, 리처드 오브라이언 폭스 TV 부회장, 머이스 캔스 퀴즈컬리지 총장, 찰스 카트먼 전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사무총장 등 미국 각계의 저명 인사 및 필리핀 총영사 등 외교 사절이 참석했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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