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고받든, 치고받든 … 여야, 일단 국회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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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태 국회의장이 9일 오전 의장 집무실에서 여야 원내대표들과 만나 티타임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10일 본회의를 열기로 합의했다. 왼쪽부터 진보신당 조승수, 창조한국당 이용경, 민주당 박지원, 박 의장, 한나라당 김무성, 자유선진당 권선택, 민노당 권영길 원내대표. [김경빈 기자]

파행 하루 만에 국회가 정상화됐다.

 한나라당 김무성, 민주당 박지원, 자유선진당 권선택, 민주노동당 권영길, 창조한국당 이용경, 진보신당 조승수 원내대표는 9일 오전 국회를 다시 정상 가동키로 합의했다. 파행의 원인이 됐던 검찰의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 수사와 관련해선 10일 본회의에서 긴급현안질의를 하기로 했다. SSM(기업형수퍼마켓) 규제법안 중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은 10일, 대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법(상생법)은 25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야당의 ‘예산안 보이콧’도 사실상 하루 만에 끝났다. 9일 행안위부터 예산안 예비심사가 이뤄졌다.

 정치권에선 그러나 이번 정상화를 두고 ‘불안한 정상화’란 시각이 우세하다. 청목회 수사 외에도 예산안, 야권의 ‘대포폰’ 국정조사 요구,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조정안’, 9일 오전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아랍에미리트(UAE) 파병 동의안 등 현안마다 여야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곳곳이 지뢰밭’인 셈이다.

 ◆검찰 수사에 대한 여야의 대처법=청목회 수사에 대한 정치권의 반발 기류는 여전했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국회의원을 마치 어려운 사람에게서 돈을 받아먹는 파렴치한으로 만드는 검찰의 공작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목회 수사를 하는 이창세 서울북부지검장이 박영준 지식경제부 차관과 동향 출신(경북 칠곡)이란 점도 거론됐다. 지식경제위원장인 김영환 의원은 “청목회 과잉 수사가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을 보호하기 위한 게 아니냐”며 이 같은 주장을 했다.

 행안위에선 여야가 한목소리로 검찰을 질타했다. 한나라당 김정권 의원은 국민이 정치인을 후원하는 이유는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이 할 수 없는 말을 대변해 주기 때문”이라며 “그렇다면 모든 후원엔 대가성이 있다는 것인데, 해석에 따라 유·무죄 판단이 달라진다면 후원회 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이석현 의원은 “검찰이 철 모르고 ‘나대서’ 깨끗한 정치를 할 수 있도록 만든 후원회 제도를 부숴버렸다. 뒷돈을 받아야 하는지 걱정”이라고 주장했다.

 정치자금 제도를 손보자는 움직임도 시작됐다. 행안위는 이날 정치자금제도개선소위를 구성키로 의결했다. 국회 차원의 정치개혁특위도 꾸려질 예정이다.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는 “정개특위에서 소액후원금 제도를 다루자는 데 야당도 반대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검찰 수사에 응할지와 관련, 민주당이 일절 불응한다는 입장인 데 반해 한나라당은 소환 조사에 응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한나라당 정옥임 원내대변인은 “검찰 수사에 대한 국민 지지를 고려해 신중하게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상생법 두곤 여야 상생=SSM 법안을 두곤 여야 모두 한 걸음씩 양보했다. 민주당은 유통법·상생법 동시 처리 입장을 철회했다. 대신 긴급현안질의 때 국무총리가 “상생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기로 했다. 한나라당도 “12월 2일 상생법을 처리하자”는 주장을 거둬들였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김무성 원내대표가 많은 양보를 했다”며 “당도 SSM이 골목상권으로 들어오는 걸 막게 됐다”고 평가했다. 정옥임 원내대변인도 “민생입법과 서민예산을 위해 여야가 상생을 도모하고 중지를 모았다는 점에서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애당초 여야는 지난달 25일 유통법을, 12월 9일 이전 상생법을 처리하기로 합의했으나 민주당이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의 상생법 반대 발언을 이유로 입장을 번복했었다.

글=고정애·강기헌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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