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중심 경제 질서의 급격한 붕괴 … 이것이 신세계가 연주하는 심포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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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부터 서울에서 열리는 제5차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는 전쟁터가 될 것 같다. 환율과 경제 성장을 둘러싼 갈등 때문에 미국과 유럽연합(EU), 중국은 물론 한국·브라질·인도·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개발국이 첨예하게 맞설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 아사히 신문의 후나바시 요이치(船橋洋一·사진) 주필은 이렇게 말한다. “서구 중심의 세계 경제체제와 국제질서가 격렬한 소리를 내며 무너지고 있다. 양극화에서 일극화를 거쳐 이제는 다극화 혹은 어떤 극도 공동화되는 무극화(無極化)로 가는 것처럼 급격한 변화가 일시에 몰려오고 있다. 이것이 바로 신세계가 연주하는 심포니다.”

 후나바시는 131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아사히 신문의 세 번째 주필이다. 일본의 양심이라는 아사히는 “비워 둘지언정 자격 없는 인사를 주필에 앉히지 않는다”고 한다. 2007년, 30년간의 공백을 깨고 후나바시가 주필이 됐을 때 일본 열도가 떠들썩했던 건 그래서다. 후나바시가 워싱턴 총국장을 마치고 일본으로 귀국할 때 워싱턴 외교가는 한 달 이상 후나바시 송별회로 북적댔다는 전설 같은 얘기도 나돈다. 그는 일본이 거의 유일하게 자랑하는 세계적인 대기자다.

 후나바시가 올 4월 승부수를 내던졌다. 세계의 전략가와 지성인들을 찾아다니며 연속 인터뷰를 시작한 것이다. “도대체 21세기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시대적 화두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다. 인터뷰 대상자의 면면은 화려하다.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부터 로런스 서머스 미국 국가정보평의회 고문,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 역사가인 토니 젓, 베이징대 국제관계 학원장 왕지쓰 등 모두 11명이다. 후나바시가 직접 찾아가 만났다. 이 대목에선 슬그머니 화가 난다. 한국 언론의 입장에선 당최 인터뷰가 쉽지 않은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아사히 신문에 연재돼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아마존의 킨들을 통해 영어 원문이 전 세계 독자에게 전달됐던 후나바시 인터뷰가 한글 번역판으로 출간됐다. 『축(軸)의 이동』(중앙북스) 이란 제목이다. 이 책에서 전략가들은 앞으로 미국·유럽의 쇠퇴와 중국의 부상은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

또 경제가 혼란스러울수록 정치와 국가의 중요성은 오히려 증대된다고 말한다. “19세기는 군사력이 파워였다면 21세기에는 세계와 가장 잘 연결된 국가가 최강의 파워를 갖는다. 이제 사고방식을 바꿀 시점에 와 있다”는 미 국무부 정책기획국장 앤마리 슬로터의 주장은 인상적이다.

 인터뷰를 마친 후나바시는 ‘신세계’에서 살아가기 위한 5가지 덕목을 결론처럼 제시했다. 새겨들을 만하다.

①밸런스(Balance)=신흥 파워 국가들 속에서 세련된 균형감각을 가져라.
②그린(Green)=녹색성장은 앞으로 새로운 국가 창조의 에너지가 된다.
③재정(財政)=부채 더미에 쌓인 국가는 경쟁력이 없다.
④열린 네트워크=여성 인력을 활용하고, 외국인 노동자를 수용하고, 해외의 자국(自國) 인력을 연결하라.
⑤글로벌 인재=국제사회에서 뛸 인재를 키워라. 경쟁이 없으면 진보도 없다.

  김종혁 문화·스포츠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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