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문 못 지킨 전반, 골문 못 찾은 후반 … 답답 축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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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팀의 출발이 불안하다. 홍명보(사진) 감독이 이끄는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대표팀이 북한에 패했다. 8일 중국 광저우 웨슈산경기장에서 열린 C조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0-1로 무릎을 꿇었다. 전반 36분 박남철의 프리킥을 안철혁이 떨궈주자 리광천이 헤딩으로 결승골을 만들어냈다.

 경기 전부터 거론된 홍명보팀의 두 가지 약점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홍 감독은 이번 대회를 위해 와일드카드(24세 이상 선수)로 공격수 박주영(모나코)과 골키퍼 정성룡(성남)을 뽑으려 했다. 우여곡절 끝에 박주영은 합류했지만 정성룡은 소속팀의 반대로 선발할 수 없었다.

 홍명보팀은 경기 내내 북한을 세차게 몰아붙였지만 헛심만 썼다. 몇 차례 찬스에서 최전방 공격수들은 번번이 타이밍을 놓쳤다. 선발 원톱 박희성(고려대)이 실마리를 풀지 못하자 후반 27분 공격수 지동원(전남)까지 투입됐지만 허사였다. 게다가 후반 19분 북한 박남철이 퇴장을 당해 수적 우위를 점하고도 북한의 밀집수비를 뚫지 못했다. 박주영의 부재가 확연히 드러난 순간이었다.

 골키퍼도 약점으로 꼽힌 포지션이었다. 이날 선발로 나선 김승규(울산)는 전반 36분 쉬운 공중볼을 제대로 걷어내지 못해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프로 경험이 부족한 게 여실히 드러났다. 소속팀에서 대표팀 골키퍼 김영광에게 밀려 3시즌 동안 7경기 밖에 나서지 못했다.

 북한의 차세대를 이끌 아시안게임 대표팀은 새로운 변화를 예고했다. 남아공 월드컵 멤버 6명이 선발로 나선 북한은 밀집수비를 바탕으로 역습을 노리는 전형적인 전술을 구사했다. 하지만 북한축구의 상징인 스리백을 버리고 포백으로 나섰다. 빠른 공수전환을 바탕으로 롱볼보다 패싱게임을 추구하며 세계 축구의 흐름에 한 걸음 더 다가간 모습이었다.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본 조광래 A대표팀 감독은 “북한이 생각보다 강하지는 않다. 하지만 패스 위주로 경기를 전개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오히려 우리 팀이 더 롱볼 게임을 했다”고 평했다. 북한은 남아공 월드컵을 이끌었던 김정훈 감독이 물러나고 조동섭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다.

 홍명보팀은 10일 같은 장소에서 요르단과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른다. 각 조 2위까지 16강에 직행한다. 6개 조 3위 중 성적 순으로 앞선 4개 팀도 16강에 오를 수 있다.

광저우=장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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