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테 해치백 시승기, 출력·토크 업그레이드 … 차체 단단해져 날렵한 핸들링 맛 일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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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 포르테 해치백에는 현대자동차 아반떼와 같은 1.6L 직분사 엔진을 얹었다. 최고 출력 140마력, 최고 토크 17.0㎏·m를 낸다. 자동 변속기는 기존 4단에서 6단으로 향상됐다. 차체 강성이 단단해져 날렵한 핸들링 맛을 보여준다. [기아자동차 제공]

국내 자동차 메이커들의 상품기획 담당자들에게는 ‘해치백(트렁크를 아래에서 위로 올려 여는 형태)’은 무덤으로 불린다. 판매에서 성공한 적이 별로 없어서다. 2007년 상반기 수입차인 폴크스바겐 골프가 국내에서 인기 몰이를 하자 이변이 생겼다. 현대차가 유럽에서만 팔던 해치백 i30을 국내에 출시한 것이다. i30은 월 평균 2000대 이상 팔리면서 국산차 해치백의 성공 가능성을 열어 뒀다.

하지만 올해 세단인 아반떼는 신차가 나왔지만 i30은 아무런 상품성 개선을 하지 않아 다시 월 판매가 1000대 이하로 감소했다. 판매본부에선 ‘역시 해치백은 무덤이야’라는 소리가 또 나왔다.

이런 분위기 속에 기아자동차는 지난달 포르테 해치백을 내놨다. 신형 아반떼처럼 1.6L 직분사 엔진을 얹었다. 여기에 기존 4단에서 6단 자동변속기로 탈바꿈했다. 포르테 해치백은 단숨에 i30을 제압했다.

 기아차 화성공장 주행시험장에서 시승해본 포르테 해치백은 골프에 필적하는 코너링 실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골프의 강력한 디젤 엔진과 빠른 변속이 특기인 6단 DSG 자동변속기에는 아직까지 가속력에서는 맥을 못 춘다.

 외관은 세련되고 날렵하다.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램프로 이어지는 호랑이 형상의 패밀리 룩(family look)으로 다듬었다. 가장 많이 개선한 곳은 인테리어와 편의장치다. 버튼으로 시동을 걸고 끌 수 있는 스마트키, 순간연비표시기능 등 수입차에 떨어지지 않는 기능도 갖췄다. 실내 소재도 기존 원가절감 흔적이 보이는 플라스틱 소재에서 부드러운 소재로 개선했다.

 포르테에 달린 1.6L GDI 엔진은 아반떼 것과 같은 사양이다. 최고출력 140마력, 최고토크 17.0㎏·m를 낸다. 기존 모델이 각각 124마력과 15.9㎏·m인 점을 감안하면 성능이 눈에 띄게 좋아진 셈이다.

 핸들링은 수입차 수준으로 향상됐다. 차체 강성이 좋아지다 보니 앞뒤 꽁무니의 몸놀림이 예전 국산차 같지 않다. 급격한 코너에서도 밀리지 않고 제대로 돌아준다. 콘을 세워놓고 핸들링을 테스트하는 슬라럼 코스에서 포르테 해치백은 빛을 발했다. 시속 40∼50㎞를 넘나들며 핸들을 좌우로 꺾었음에도 불구하고 차체가 일정한 궤도를 유지했다. 특히 속도를 너무 내 차체가 쏠릴 경우에도 차체자세제어장치(VDC)가 곧바로 개입해 차량의 급격한 쏠림을 막아준다.

 단점은 정숙성이다. 효율성은 좋지만 엔진회전수가 올라가면 굉음을 내는 직분사 엔진의 특성 때문이다. 시속 100㎞에 다다르면 엔진음이 거칠게 들어온다. 차체 구석구석에 흡음재를 덧댔지만 정숙성에서는 기존 차량만 못하다는 게 시승 참가자들 사이에 나온 평가다.

 특이한 것은 연비다. 같은 엔진을 사용한 포르테 세단의 경우 16.5km/L인 데 비해 해치백은 15.7km/L로 오히려 뒤진다. 기아차 상품본부 측은 “포르테 세단을 기반으로 해치백을 개발하면서 트렁크 부위에 강성을 덧대다 보니 무게가 늘어 연비가 다소 나빠졌다”고 설명한다. 이는 포르테 해치백이 세단을 기반으로 나중에 개발됐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다. 처음부터 해치백 개발은 안중에 없었다는 방증이다. 1800만원 전후의 준중형차에서 연비가 0.8km/L 떨어진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가격은 해치백이 세단보다 35만원 정도 비싸다. 자동변속기를 단 럭셔리 트림이 1650만원, 최고급형은 1810만원이다. 포르테 해치백은 세단 일변도인 국내 승용차 시장에 소비자의 선택의 폭을 넓혀 주는 보석과 같은 존재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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