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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균 기자의 푸드&메드] 설탕대신 옥수수과당을 쓰면 몸에 좋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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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요즘 미국 식품회사들이 자사 제품에 계속 사용할 것인지, 제외할 것인지를 놓고 고민 중인 성분이 HFCS(고과당 옥수수시럽, High Fructose Corn Syrup)다.

 HFCS는 옥수수의 포도당을 과당으로 전환시킨 설탕 대체재다. 1971년 첫선을 보이자 설탕보다는 비만을 덜 유발할 것 같고, 가격이 설탕에 비해 20% 이상 싸며 액상이어서 식품에 첨가하거나 수송하기 편리한 장점이 부각돼 단숨에 식품업계의 ‘귀염둥이’로 떠올랐다.

 30년 가까이 롱런해온 HFCS에 대해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는 의문이 제기된 것은 최근 몇 년 사이다.

 미국인의 비만·성인병 증가에 HFCS가 크게 기여했다는 연구 논문이 쏟아져 나오면서 HFCS의 ‘시련’이 시작됐다. 미국 프린스턴대 연구팀은 HFCS를 장기간 섭취하면 체지방, 특히 복부지방이 증가한다고 밝혔다. 캘리포니아대 연구진은 비만한 사람이 HFCS를 즐겨 먹으면 동맥경화·심장병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고 발표했다(‘Journal of Clinical Investigation’ 2009년4월). HFCS가 많이 든 음식을 먹으면 애주가가 아니어도 간에 지방이 축적돼 간이 손상된다는 미국 듀크대병원 연구진의 연구 결과(‘Hepatology’ 2010년3월)가 이어졌다.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 미셸 여사가 HFCS로 만든 음식을 자녀들에게 먹이지 않겠다고 한 발언도 일조했다.

  그러자 미국의 제빵 브랜드 ‘사라 리’사는 8월 판매 실적이 좋은 두 종류의 식빵에 HFCS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커피전문 체인인 ‘스타벅스’는 지난해 페이스트리류에, ‘펩시코’사는 펩시콜라·마운틴듀·게토레이에, ‘크래프트’사도 카프리 선(과즙음료)·과자류·샐러드드레싱에 HFCS를 넣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HFCS 위기의 반대급부는 설탕이 챙겼다. 그러나 HFCS와 설탕 중 어떤 것을 먹는 것이 더 나은지에 대해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려 있다.

 미국의학협회(AMA)는 비만에 관한 한 설탕이나 HFCS나 해롭기는 마찬가지라고 발표했다. HFCS와 설탕은 같은 열량(1g당 4㎉, 1찻술당 16㎉)을 낸다. 미국영양협회(ADA)도 HFCS나 설탕 모두 과잉 잉여 열량을 공급하며 영양 가치는 없다는 점에선 다를 바 없다는 입장이다.

 국내 식품업계에서도 HFCS를 미국 이상으로 광범위하게 사용 중이다.

 탄산음료·분유·과자·젤리·물엿·조미료 등 단맛이 나는 거의 모든 가공식품에 들어간다. 요리할 때 설탕 대신 넣는 요리당, 파우치에 든 레토르트 식품, 반찬가게에서 파는 콩자반·멸치볶음 등에도 ‘숨어’ 있다. (수원대 식품영양학과 임경숙 교수)

 우리나라 일반 가정에서의 HFCS 사용도 설탕 못지않다. 요리할 때 설탕을 몇 숟갈씩 넣는 ‘통 큰’ 주부는 적다. 반면 HFCS가 주성분인 요리당을 음식에 다량 첨가하는 데는 별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특히 식품 라벨에 옥수수시럽·콘시럽 같은 표시가 돼 있으면 자연·웰빙 성분으로 착각하는 주부가 수두룩하다.

 HFCS 문제에 별 관심이 없어 보이는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다음 세 가지를 제안하고 싶다. 첫째, HFCS가 특별히 설탕보다 나을 게 없다는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릴 것. 둘째, 액상과당·옥수수시럽 등이 미국에서 비만 유발 논쟁에 휘말린 HFCS와 동일 성분이란 사실을 홍보할 것. 셋째, 식품 라벨에 통일된 명칭을 반드시 표시하도록 해 소비자의 알 권리를 보장할 것.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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