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94개 일진회 연합 적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 서울 홍은동의 한 아파트 뒤편 공터에서 한 중학교 학생이 후배를 주먹과 발로 때리고 있다. 이 장면은 당시 현장에 있던 한 학생이 카메라 폰으로 촬영한 동영상에서 발췌했다. [자료 제공=경찰청]

서울경찰청은 27일 서울 시내 17개 구의 94개 중.고교 학생 307명으로 구성돼 학교 폭력을 주도한 '서울연합' 소속 29개 폭력서클을 적발해 해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달 탈퇴를 원하는 학생 몇 명의 자진 신고를 받아 조사에 착수, 그물망처럼 연결된 학교 폭력서클 '일진회' 연합 조직을 찾아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307명에 대해선 학교와 학부모에게 통보하는 한편 일진회에서 자진 탈퇴하도록 한 뒤 모두 형사입건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 정도 넘은 일탈 행위=경찰에 따르면 서울연합은 9개 고교와 85개 중학교의 일진 학생들로 이뤄진 모임이다.'천하무적''싸그리 폭탄걸'이라는 남녀 고교생 조직이 있고, 그 밑에 '최강(최강이라고 불리다)''피즐(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오폭(오토바이 폭주족)'이라는 이름의 3개 남중생 조직과 '이쁜이들''짱모임' 등 8개 여중생 조직이 전체 연합을 주도했다.

이들 11개 남녀 중학생 조직은 서울의 17개 구에 있는 85개 중학교 일진회 회원들의 상위 조직이었다.

이들은 2003년 1월부터 지난 2월까지 일곱 차례에 걸쳐 '일락(일일 락카페)'을 열어 각종 탈선 행위를 벌였다. 한 번의 행사에 100~700명의 학생이 모였다. 일락에서는 남녀 중학생이 옷을 벗으면서 야한 춤을 추는 '섹스 머신'이라는 행사도 실제 벌어진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확인됐다.

지난달 한 중학교 교사가 "서울의 일진 학생들이 '일락'이라는 모임에서 공개적인 성관계를 방불케 하는 행사를 벌였다"고 주장했을 때만 해도 경찰에선 "설마 그 정도는 아니겠지"라는 말이 나왔다.

또 1만~3만원 정도의 돈을 내고 이성 상대를 경매 형식으로 골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노예팅'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이 패싸움이나 일대일 싸움 등으로 서열을 정하고, 이를 통해 후배를 폭행하거나 상습적으로 금품을 갈취해 왔다고 밝혔다.

서열이 높은 학생들이 낮은 학생들에게서 이성친구를 만난 지 22일째 되는 날에 220원.2200원.2만2000원씩(일명 투투비)을 거두는 식이었다.

이들은 주로 인터넷을 통해 연락했으며 3.1절, 광복절, 어린이날, 현충일 등에는 수백여 명이 모여 도심에서 오토바이 폭주 모임을 열기도 했다. 이들이 운영하는 한 인터넷 커뮤니티는 회원 수가 1만여 명에 달했다.

◆ 여전히 거듭되는 학교 폭력=서울 서대문경찰서도 이날 일진회에 가입한 5개 중학교 학생 51명을 적발했다. 이들은 지난달 5일 서울 홍은동의 한 아파트 뒤편 공터에서 폭력서클 가입 신고식을 치른다며 후배들을 구타하면서 이 장면을 카메라폰으로 촬영했다. 경찰 관계자는 "폭행을 재미로 생각하는 학생들의 도덕 불감증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서울 용산 경찰서는 빼앗긴 시계를 돌려달라고 요구한 후배를 때려 숨지게 한 혐의(폭행치사)로 고교생 문모(17)군 등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6일 오후 7시쯤 서울 후암동 남산도서관 인근 숲속에서 빼앗긴 시계를 돌려달라고 요구한 중학교 후배 김모(15)군의 얼굴과 가슴을 수차례 때린 것으로 드러났다.

김승현.정강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