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시조 백일장] 4월의 수상작 - 심사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지금 우리나라는 반일 감정이 극에 달하고 있다. 이같은 세태를 반영한 독도 문제를 다룬 작품들의 투고가 많았다. 그러나 한 편도 뽑을 수 없는 안타까움은 감정이 지나치게 앞서 있었기 때문이다. 감정을 직설적으로 토로하기 보다는 가슴으로 한번 달구어내는 또다른 단계의 작업이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또 하나 눈길을 끄는 현상은 중고교생들의 투고다. 잘 지도하면 훌륭한 시인이 될 것 같은데, 시조에 대한 기초가 부족한 것이 큰 결점이었다.

바야흐로 봄이다. 벚꽃이 만발한 사월이다. 우리 땅에 피는 벚꽃은 이 강산의 토종 봄꽃이다. 더구나 4.19 무렵 남녘 마산이나 진해에 활짝 피는 벚꽃은 그해 봄에 자유를 위해 산화한 젊음의 넋이다. 우연일까. 벚꽃을 소재로 한 작품에 선자의 눈길이 머문 것은.

4월 장원에 뽑힌 이지윤씨의 '벚꽃이 핀다'는 조금은 설익은 듯하지만 어떤 가능성을 보여준 점에 주목하였다. 종래의 상투적인 흐름을 벗어나려면 남과 다른 자신만의 보법을 제시하여야 한다. 이 점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기 바란다.

차상에 오른 박해성씨는 보내온 여러 편 중에서 굳이 단수 '약사암 종소리'를 택한 이유를 되새겨 보시기 바란다. 시조는 자유시와 달리 잡다한 많은 곁가지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아울러 불필요한 수식도 용납되지 않는다. 이러한 지적은 차하를 차지한 한서정씨에게도 해당된다. 예컨대 '옥토 밭' '부드러운 시간들' '인연의 줄' 등의 중언부언은 시조의 격을 떨어뜨리는 결정적인 흠이 되기 때문이다. 힘써 갈고 다듬은 날이 더 빛을 내기 마련이다.

<심사위원:박시교.홍성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