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시조 백일장] 4월의 수상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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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 장원

벚꽃이 핀다

그 여자,

냉가슴 앓아오던

불면의 밤

발가락 그 사이로 지열이 맴돌고

봄비가 몸 타고 흐르면

기다림도 끝난다

자폐증이 스쳐간 메마른 손가락으로

끊어진 전화선을 바람벽에 꽂는다

깊숙이 옹이진 마음 빨간불이 들어온다

*** 차상

약사암 종소리
(박해성·인천시 부평구 부평1동)

제 텅 빈 가슴을

제 주먹으로 모질게 텅

온몸이 깨지는 비명

멍울멍울 삭히는

어머니,

피멍든 속울음

흔적 없는 저 통점(痛點),

*** 차하

뿌리

(한서정·서울 관악구 봉천7동)

아픔도 삭혀지면 환한 빛을 머금는가

내 안의 뜨거운 기운 새바람이 불고 있다

멀고 먼 길을 돌아서 뿌리내린 옥토에

어둡던 길을 뚫어 등불 하나 밝혀 들고

발길질 토닥토닥 생의 의미 되물어보는

간절한 희망의 말들 삶의 꽃을 피운다

마른 숲 언덕 위에 물이 다시 차오르고

그리던 꿈의 그림 다시금 채색하는

낯익은 풍경화 같은 그러한 시간들

끊어진 시간 속을 다발로 엮어내어

둥글게 매만지는 그 작은 몸짓들은

영원히 변할 수 없는 인연의 고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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