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원
벚꽃이 핀다
그 여자,
냉가슴 앓아오던
불면의 밤
발가락 그 사이로 지열이 맴돌고
봄비가 몸 타고 흐르면
기다림도 끝난다
자폐증이 스쳐간 메마른 손가락으로
끊어진 전화선을 바람벽에 꽂는다
깊숙이 옹이진 마음 빨간불이 들어온다
*** 차상
약사암 종소리
(박해성·인천시 부평구 부평1동)
제 텅 빈 가슴을
제 주먹으로 모질게 텅
온몸이 깨지는 비명
멍울멍울 삭히는
어머니,
피멍든 속울음
흔적 없는 저 통점(痛點),
*** 차하
뿌리
(한서정·서울 관악구 봉천7동)
아픔도 삭혀지면 환한 빛을 머금는가
내 안의 뜨거운 기운 새바람이 불고 있다
멀고 먼 길을 돌아서 뿌리내린 옥토에
어둡던 길을 뚫어 등불 하나 밝혀 들고
발길질 토닥토닥 생의 의미 되물어보는
간절한 희망의 말들 삶의 꽃을 피운다
마른 숲 언덕 위에 물이 다시 차오르고
그리던 꿈의 그림 다시금 채색하는
낯익은 풍경화 같은 그러한 시간들
끊어진 시간 속을 다발로 엮어내어
둥글게 매만지는 그 작은 몸짓들은
영원히 변할 수 없는 인연의 고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