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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e칼럼

노인들의 나라에 얹혀사는 젊은이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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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잡지를 보다가 일본 경제 신문의 다마키 다다기 편집위원이 강연한 내용을 보게 되었다.
‘일본의 고령사회를 생각한다’라는 주제로 강의를 진행했는데 세계에서 노인 인구가 가장 많은 일본의 지식인이 바라보는 노령사회의 모습이 궁금해서 기사 내용을 유심히 보게 되었다.

그의 강연회에서 그가 주장한 내용을 요약하면 일반적으로 노인에 대해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예상과 선입관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노인에 대한 선입관은 크게 다섯 가지로 볼 수 있다.

첫번째가 고령자(노인)은 빈곤하다.
두번째가 고령자(노인)은 병약하다.
세번째가 빈곤하고 병약한 고령자(노인)은 그래서 가족들에게 부담이 된다.
네번째는 고령자(노인)은 할 일이 없어서 무료하고 지루해하며 희망이 없다.
다섯 번째가 고령자(노인)은 지방으로 돌아간다.

라는 가설이다.
하지만 최근에 필자가 느낀 고령자(노인)들의 모습은 이와는 정 반대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고령자(노인)이 빈곤하다는 데에는 절대적으로 반대한다.오히려 이 사회의 부(富)의 60% 이상이 50세 이상의 준고령층에서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자산을 비롯해서 금융상품이나 채권,유가증권,회원권등 거의 대부분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노인층이다.

따라서 최근에는 실버산업이라는 단어가 생길 정도로 노인층을 대상으로한 서비스나 상품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두 번째 가설은 고령자(노인)은 병약하다인데 이 역시 전적으로 동의할 생각이 없다.

최근에 필자가 상담한 72세의 어느 할머님께서는 젊은이 못지않은 패션감각과 글로벌 경제나 시장 동향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계셨고 2시간여의 상담시간내내 필자의 얘기에 조목조목 본인의 의견과 전망을 얘기하시는 모습을 보여주셨다.
아울러 일주일에 세 번 정도의 운동을 통해서 아직 잔병을 모르고 지내신다고 하셨다.
물론 연세가 많아 질수록 여기저기 아픈데도 생기고 자연스레 세월의 흐름속에 병약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예전처럼 60세만 되면 환갑잔치를 하고 축하할 정도로 노인층이 병약해 지지는 않았다는 의미이다.

TV 프로그램을 보더라도 60대 후반의 할아버지가 힙합춤을 추고 70대 초반의 할머니들이 발리댄스를 추거나 여자 축구팀을 만들어서 축구시합을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점점 이러한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여지고 그 연령층도 점점 높아지지 않을까 싶다.

세 번째의 가설은 그래서 노인들은 가족에게 부담이 된다인데 이 역시 반대 의견이다.
오히려 애써 모아놓은 재산을 자식들이 사업한답시고 날려버리거나 손자손녀들의 교육자금을 할머니 할아버지가 지원하는 경우도 많이 보고 있다.

취업난에 사회가 각박해지고 점점 정상적인 방법으로 묵묵히 저축을 통해서 아파트 한칸 마련하기 힘든 요즘이기에 오히려 자식들이 노인층의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추세이다.

네 번째 가설이 노인들은 지루해하고 무료하고 희망이 없다라고 하는데 필자의 어머니만 보더라도 절대로 동의할 수 없다.

60대 중반이신 필자의 어머님은 노인대학교와 요가와 수영등을 배우시고 친목회 활동과 산악회 활동 등 오히려 필자보다 더 바쁜 노후 생활을 하고 계신다.
저녁이라도 먹을라치면 필자보다도 모친의 일정을 봐야 할 정도로 바쁘고 알찬 또 하나의 인생을 살고 계시고 있다.
노인들이 모두 공원에 앉아서 신문이나 보고 바둑,장기나 두겠지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요즘 고령층(노인)들은 기업의 자문역이나 자원봉사 등 또 다른 자신에게 맞는 일(JOB)을 찾거나

개발해서 한창 일할 나이의 젊은이보다는 못하지만 그져 추억에 잠겨서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지막 가설인 지방으로 돌아간다 역시 우리가 생각을 바꿔야 한다.
실버타운을 예로 들어도 실제 주변의 어르신들에게 저 산밑의 공기좋고 산이 있고 강이 있는 한적한 실버타운을 원하는지 도심에 위치한 실버타운을 원하는지 설문조사를 했는데 의외로 도심에 위치한 실버타운에 대한 선호도가 많았다고 한다.

그 이유는 역시 교통에 대한 부분으로 자식들이 쉽게 찾아 올수 있는 위치를 원하는 것이고 그것과 별개로도 본인들의 문화생활이나 여가 생활을 위해서라도 도심에 위치한 거주지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예전처럼 나이들어 고향에 귀향해서 농사나 짓고 생활해야지라는 생각을 하는 고령층(노인)은 별로 많지않고 계속적으로 도심에서 많은 사람들과 인간관계를 형성하며 생활하기를 바라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일반적인 고령층(노인)에 대한 잘못된 가설을 현재의 상황에서 다시 한번 조명해 봤는데 이러한 재조명에 필수 조건은 젊었을 때 나름대로 노후에 대한 준비를 해 놔야지만 가능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당장 생계비가 없는데 아파도 병원에 갈수가 있을까? 본인의 생활비가 없는데 자식들에게 부담이 안될 수 없겠고 여가생활이나 운동,문화생활도 어느 정도의 금전적인 뒷받침이 되어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과연 우리가 위에서 언급한 가설이 가설이 아닌 실제 적중되는 노후를 보내느냐 아니면 당당하게 맞서서 고정관념을 깨뜨릴 수 있느냐는 지금부터 어떻게 생활하고 노후를 준비하느냐에 달려있다고 생각된다.

적어도 앞으로 다가올 노인의 나라에서 얹혀 사는 신세는 되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서기수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