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영재아? 정서적 어려움을 먼저 살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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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는 현재 공적인 영재교육기관도 많고 사설 영재교육원도 많다. 몇 년 전부터 사설 영재학원이 우후죽순처럼 등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영재아의 정서적 발달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질적으로 영재교육 기관은 기대만큼 영재아에게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이는 지적인 자극의 부족이 아니라 정서개발의 부족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영재아가 느끼는 정서적 어려움에 대해 체계적으로 이해해보려는 시도는 있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영재아들의 특징 중 하나는 자신은 다른 아이들과는 다르다는 인식으로 인해 정서적으로 고립된다는 것이다.

 지능지수가 145인 아이는 평균적인 아이(지능지수 100)와는 상당히 다르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조차 단지 영재성이 있다라는 사실에만 머무를 뿐 정작 특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부분은 잊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지능지수가 55인 아이에게도 똑같은 대답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해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지능지수가 55인 아이가 평균적인 아이와 상당히 다르고 특별한 관심을 요한다는 사실을 생각해본다면 지능지수가 145인 아이들에게도 얼마나 특별한 관심이 요구되는지에 대한 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방법을 통해 영재아들과 교감을 하고 정서적으로 안정을 시킬 수 있지만 오늘 여기서는 간단히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 말 대신 글로 표현해라. 글은 말보다 효과적인 의사소통 방법이다. 아이의 행동에 대해 부모가 느낀 좋은 감정을 글로 표현하는 것은 아이의 정서적 안정에 도움이 된다.

 마찬가지로 꾸짖을 일이 있을 때도 글로 적어주면 자신의 행동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자기 행동에 대한 반성과 대안을 나름대로 표현해 줄 것이다. 둘째, 자기 느낌을 표현하도록 유도하라.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아이는 자신의 의견이 중요하다고 느낀다. 부모 또한 자신의 느낌을 표현해야 한다. 예를 들어, “너는 천재다”라는 말 대신에 “나는 네가 무엇을 할 때마다 자랑스럽고 행복하다”하고 말하는 것이 좋다.

 셋째, 감정에 맞추어 반응하라. 아이가 말할 때 그 뒤에 숨어있는 감정을 느끼고 그것에 반응하는 말 한마디로도 충분하다. 마지막으로, 특별한 시간을 정해놓고 대화하라. 특별한 시간을 이용하는 기술은 의사소통을 발전시킬 수 있는 가장 뛰어난 방법이다.

 특별한 시간을 정해놓고 이 시간에 전화가 와도 받지 않는다면 아이는 자기와 함께하는 시간을 부모가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느끼고 감동할 것이며, 한번에 길게 특별한 시간을 보내는 것 보다 여러 번 짧게 갖는 편이 보다 더 바람직하다.

우리는 정서교육의 중요성은 알면서도 실행으로 옮기지 못하고 있다. 학교교육은 진학이나 취업을 목표로 하고, 아이들의 가치나 감정계발은 가정에 맡겨버리는 것이 우리 사회의 슬픈 현실이다.

 더욱 끔찍한 일은 영재아의 부모조차 아이의 감정문제에 무관심하다는 것이다. 감정교류는 가장 중요한 심리적 생명줄이다. 따라서, 영재아가 편안한 상태에서 자유롭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자주 갖도록 해주어야 할 것이다.

황종오 천안소마수학 원장(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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