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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에서] 미래를 위한 '역사 반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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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15일 이스라엘의 예루살렘에서 전 세계의 지도자들이 모여 인류가 저지른 범죄에 대한 반성의 시간을 가졌다.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 역사 박물관'을 개관하는 자리에서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과 40여 개국 정상 및 외무장관, 그밖에 국내외에서 수백 명의 인사가 참석했다.

나치 당원들이 살해한 600만 유대인을 대표하는 희생자 사진 600장이 천장에 붙여진 원형 홀에서 참석자들은 고개를 떨어뜨렸다. 독일의 요슈카 피셔 외무장관은 개관식에서 "다시 한번 도의적 책임을 통감한다"며 눈물을 닦았다. 폴란드 등 동구 국가들에선 대통령들이 직접 참석, 자국 땅에서 숨진 유대인들을 애도했다. 유대인 학살에 직접적인 책임이 없지만 비극의 무대가 됐다는 이유에서다. 참석자들은 최근 높아지고 있는 반유대주의 감정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 과거의 비극이 다시 시작될 수 있는 단초부터 막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같은 시간 아시아 대륙의 동쪽 끝에서는 과거 역사를 놓고 긴장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일제 침략사를 왜곡하는 일본 역사교과서, 이를 두둔하는 일부 일본 정치인의 망언으로 주변국이 분노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시마네(島根)현 의회는 16일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이름)의 날'을 지정하는 조례안을 가결했다.

아난 총장은 홀로코스트 역사박물관 개관식에서 "미래를 위해 과거의 기억과 교훈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일본이 되새겨 봐야 할 말인 것 같다. 예루살렘의 홀로코스트 박물관에는 유대인 희생자 사진 기록만 300만 쪽에 달하는 자료가 보관돼 있다. 유대인들은 지난 60년 동안 세계와 후손에게 홀로코스트를 알리기 위해 피땀어린 학문적.외교적인 노력을 해 왔다.

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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