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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폭력…어른들이 나서야] 下.상담 전문 교사를 두자 <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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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학교사회사업실'은 여러분이 힘들 때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곳이에요. 도움이 필요할 땐 언제든지 찾아오세요."

지난 7일 서울 성동구 성원중의 1학년 1반 교실. 이 학교 상담실인 사회사업실에 상주하는 김달림(29) 사회복지사가 신입생을 대상으로 상담 안내를 하고 있었다.

2001년부터 운영 중인 사회사업실은 쉬는 시간이면 보드게임.오목 등을 하거나 이야기를 나누는 학생들로 북적인다. 상담실 절반을 아예 휴식공간으로 꾸며 학생들이 부담 없이 찾아올 수 있도록 배려했기 때문이다. 김 복지사는 "상담을 위해 학생을 따로 부를 필요 없이 평소에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상담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이 학교는 2000년 집단 폭행당한 학생이 병원에 입원하는 사건이 일어났던 곳이다. 하지만 사회사업실 운영 이후에는 학교폭력 사건이 전무하다. 고승혜 교장은 "문제 학생들은 대체로 수업을 잘 따라가지 못해 학교에 흥미가 없는데 복지사가 상주하면서 따뜻한 말을 건네주고 인정해주니까 학업태도가 몰라보게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폭력 문제가 다시 불거지면서 바람직한 대책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가 뜨겁다. 학교사회사업실천가협회 최정일 사무국장은 "학교폭력을 신고.처벌하는 것은 단기적인 처방일 뿐"이라며 "학생과 그 주변 환경에 대해 종합적으로 접근해야 근본적인 해결책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학교 통한 교육적 해결이 우선=김진표 교육부총리는 15일 교사.학부모에게 보낸 e-메일에서 "학교폭력은 근본적으로 교사와 학생들이 상담과 대화를 통해 교육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교육계와 사회단체 관계자도 대부분 동의하는 대목이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성원중의 사례처럼 학교마다 교과를 가르치지 않고 상담만 전문으로 하는 교사를 둬 상담을 내실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진회.이지메(집단 따돌림) 문제가 심각했던 일본의 학교들도 2001년부터 국가보조사업으로 학교마다 '전문 카운슬러'를 배치해 성과를 거뒀다. 김두현 한국체대 안전관리학과 교수는 "일본의 경우 카운슬러 등을 통해 이지메를 80% 이상 해소했다"고 말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학부모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고 가해학생 학부모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회.정부도 함께 나서야=조직화된 학교폭력의 경우 학교만의 힘만으론 해결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시민.지역단체가 나서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정진곤 한양대 교수는 "폭력 성향이 도를 넘은 학생들은 일반 학교에서 다루기 어려운 만큼 종교단체 등에서 '치유학교'를 만들어 관리함으로써 새로운 사람이 되도록 유도해야 한다"며 "일본.미국.프랑스에는 이런 학교가 많다"고 말했다. 영국도 폭력과 관련된 학생들을 위한 별도의 교육시설로 '정서장애학교'(Secondary Support Unit)를 운영하고 있다.

박병식 용인대 교수는 "경찰의 단속은 근본적인 해결 방식이 못된다"며 "교육부를 중심으로 검.경찰, 사법부, 정부 부처 간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여러 방면에서 전문적으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16일 이해찬 총리 주재로 국정 현안 정책조정회의를 열고 교사들의 손길이 미치기 어려운 학교 내 취약지구에 CCTV를 설치하는 등 학교폭력 대책을 마련해 추진키로 했다.

김남중.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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