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자부 57년 만에 조직 개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공직사회도 민간기업 못지않은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행정자치부 조직을 팀장체제 중심으로 전면 개편한 오영교 장관의 '실험'은 이 같은 원칙에서 출발했다. 60년 가까이 지속돼 온 현재의 조직 구조로는 정부의 고객인 '국민과 외국기업'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계급제 중심의 복잡한 조직과 연공서열 위주의 인사가 오히려 부서 간 경쟁과 책임행정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한 게 사실이다.

공무원 사회를 '철밥통'에 비유하는 것도 이 같은 부작용에서 비롯됐다.

이에 따라 민간기업체 등에서 성과를 거둔 본부장 및 팀장 제도를 도입하게 됐다는 것이다.

◆"차관보 직제 없어져"=조직 개편의 주요 내용으로는 차관보 직제가 없어졌다. 자치행정국.지방재정국.지방세제국은 통폐합돼 지방행정본부와 지방지원본부 등 두 개의 본부로 개편됐다. 또 정부혁신본부장 소속 혁신기획국과 혁신지원국이 폐지되고, 혁신전략과 관리.교육.평가를 전담하는 6개 팀과 조직 정책.진단을 보좌하는 조직혁신단이 새로 만들어졌다.

전자정부국과 전자정부지원센터도 통합해 전자정부본부와 전자정부아카데미로 개편했다. 기획관리실은 공보관을 통합해 정책홍보관리본부로 확대, 홍보관리관을 별도로 뒀다.

혁신기능 강화를 위해 혁신기획관을 장관 직속 국장급으로 승격했다. 통합행정혁신시스템 운영을 위한 성과관리팀과 고객만족행정을 전담하는 C/S행정팀, 지방혁신 강화를 위한 지방혁신관리팀, 지방감사 강화를 위한 지방감사팀, 분권팀, 부내정보화팀 등이 새로 만들어졌다.

◆"팀의 성적은 성과급과 연결돼"=전형적인 관료조직인 행자부를 상대로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는 사실 자체가 큰 평가를 받고 있다. 그동안 팀제를 도입했던 일부 부처나 공공기관의 경우 기존의 조직 구조를 그대로 둔 채 단순히 명칭만 바꿔 '무늬만 팀제'라는 지적을 받았다. 기존의 조직을 모두 허물고 전면 개편을 시도한 사례는 행자부가 처음이다.

이 때문에 행자부의 실험이 성공할 경우 다른 중앙부처는 물론 지방자치단체.검찰.경찰.군 등의 조직에도 영향을 미칠지 여부가 큰 관심거리다.

이번 조직 개편의 핵심은 기존의 '1직위 1직급'원칙을 파괴해 관료조직의 특징인 계급 중심의 조직문화를 없앤 것이다. 48개의 팀장을 포함해 본부장 등 58개의 직위를 공모로 선발하도록 개방형으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산술적으로는 1급 공무원 7명을 비롯해 ▶2급 17명▶3급 21명▶4급 111명▶5급 265명 등 모두 421명이 평균 7대 1의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14일 공모를 마감한 5개의 본부장 자리를 놓고 9명의 고위 공무원이 경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팀장의 경우 20~30명의 팀원을 관리하는 '수퍼 팀장'이 될 것이라고 행자부는 밝혔다.

이에 근거해 모든 업무는 원칙적으로 팀장이 1차적으로 책임지도록 했다. 대신 팀장에게 사업결정 및 추진권은 물론 팀원 간 업무배분, 인사.예산.평가권한도 함께 주기로 했다. 팀장 위에 있는 본부장은 소속 팀과 보좌기관을 총괄 조정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특히 각 팀들의 성적을 평가해 연말 성과급도 차등 지급할 방침이다. 같은 직급이라도 근무 성과에 따라 1000만원 안팎의 차이가 날 수도 있다.

오영교 장관은 "팀원들의 인사고과는 물론 성과급까지 팀장에게 책임을 지울 것"이라며 "장.차관은 민간기업의 CEO처럼 각 팀들의 성과를 평가하고 분석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명한 평가시스템 마련돼야"=하지만 수직적인 조직 구조가 수평적인 경쟁관계로 변하면서 조직 구성원 간의 알력이나 마찰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팀장에 선발되지 못한 중간 간부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어떻게 해소해 주느냐'는 문제도 간단치만은 않아 보인다.

보직 국장과 과장으로 있던 공무원이 팀원으로 바뀌면서 팀의 화합이나 목표달성에 부담을 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부서장이나 팀장 발탁 시 '코드 인사' 시비가 일 경우 공무원들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시킨다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

한양대 정우일(행정학) 교수는 "행자부의 조직 개편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투명하고 객관적인 인사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재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