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혁명 도미노'불씨 살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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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9일 오후 러시아의 제2차 세계대전 승전 60주년 기념행사 참석 뒤 곧바로 그루지야로 향했다. 그루지야는 2003년 옛 소련권에서 최초로 서구식 민주주의 시민혁명이 성공한 나라다. 그루지야 혁명에 이어 지난해 말에는 우크라이나, 최근에는 키르기스스탄에서도 시민혁명이 일어나 친서방 정권이 들어섰다. 미국이 옛 소련권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이들 혁명을 배후 지원했다는 주장이 설득력있게 제기되기도 했다. 시민혁명으로 집권한 미하일 사카슈빌리 그루지야 대통령은 노골적으로 '친미, 반 러시아' 정책을 펴고 있다. 이번 러시아의 승전 60주년 행사에도 불참했다. 그루지야에 주둔 중인 러시아군 철수 문제를 둘러싼 양국의 협상이 결렬됐다는 것이 불참 이유였다. 그러나 미국에 확실한 구애 메시지를 던지려는 계산도 있다는 분석이다.

◆ 그루지야의 계산=부시 대통령을 마중하기 위해 그루지야 공항에는 사카슈빌리 대통령, 니노 부르나제 국회의장 등 정부 고위관료와 주요 의원들이 총출동했다. 부시 대통령 전용기를 위해 다른 비행기 이착륙이 완전 금지됐다. 공항에서 수도 트빌리시 중심으로 향하는 도로도 전면 통행금지됐다. 사카슈빌리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미국이 자국 내 러시아군 기지 철수협상을 적극 지원해 줄 것을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친러 성향을 보이는 자국 내 남오세티야 자치공화국의 독립 움직임을 러시아가 지원하지 않도록 미국이 영향력을 행사해 줄 것도 요청할 방침이다. 경제 발전을 위한 미국의 대규모 투자도 부탁할 계획이다.

◆ 부시의 계산=미국에서 교육받은 확실한 친미파 사카슈빌리 대통령을 중심으로 옛 소련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 친미 국가들에 미국의 전폭적인 지원의사를 밝힘으로써 옛 소련권 국가들의 시민혁명 움직임을 부추기려는 의도도 있다는 분석이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7일 라트비아 방문에서 벨로루시와 몰도바 등의 민주화를 촉구하는 발언을 했다. 특히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로루시 대통령을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라고 불렀다. 그리고 "벨로루시 국민은 더 나은 생활을 할 권리가 있다"며 반 루카셴코 궐기를 촉구했다.

모스크바=유철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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