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 인재 키우려면 다양한 재능 평가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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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킹 국장(왼쪽), 김태완 KEDI 원장.

“한국 교육은 ‘무엇을 배웠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지향하는 쪽으로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국교육개발원(KEDI)에서 김태완 KEDI 원장과 엘리자베스 킹 세계은행(World Bank) 교육국장이 만났다. 세계은행의 교육·인적개발 정책을 총괄하는 킹 국장은 “국가 주도의 교육정책을 성공시킨 한국이 개발도상국에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한국에서는 새로운 교육을 요구하는 수요가 높다”는 김 원장의 지적에 대해 킹 국장은 “이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인재를 키우는 단계로 넘어가야할 때”라고 말했다. 두 시간 가까이 이어진 이날 대담에선 한국 교육에 대한 평가부터 한국의 교육원조(ODA)에 대한 국제 사회의 기대 등 국내외 주요 교육 이슈에 대한 폭넓은 대화가 이뤄졌다.

“한국, 교육으로 성공한 대표 모델”

김태완 KEDI 원장=한국의 교육 시스템과 성과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엘리자베스 킹 국장=한국은 국제 사회의 여러 활동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어요. 특히, 초·중등 교육에 많은 투자를 하는 한국의 교육시스템은 한국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봅니다.

김=한국은 학생이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야한다는 스트레스가 심합니다. 학부모들이 높은 성적을 받아 소수의 명문대에 진학하는 게 성공의 지름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한국에선 교육의 투자효과가 매우 높습니다. 최근엔 한국의 명문대 진학이 힘들거나 글로벌 무대에서 활동하고 싶은 학생들은 유학을 떠나기도 해요.

킹=한국은 교육으로 성공한 경험이 있어서인지 교육에 대한 요구가 높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때문에 사실 초·중등교육과 고등교육 간에 불균형이 생긴 것 같습니다.

김=고등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세계은행은 어떤 지원 전략을 갖고 있습니까.

킹=대학에 자율권을 주는 대신 학생과 교사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걸 강조합니다. 또 검증된 교육 프로그램과 평가를 통해 인증된 교수들을 통해 품질이 보증된 교육을 학생들에게 제공해야 합니다. 한국에는 포스텍처럼 기업이 대학 경영에 참여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는데요. 자율적인 운영이 가능한가요.

김=포스텍 외에도 대기업이 대학 운영에 참여하는 경우가 여럿 있습니다. 이런 대학의 자율성 문제는 한국에서도 논란이 있습니다.

세계은행의 전략은 “모두를 위한 교육”

김=세계은행은 교육 분야에 투자할 때 어떤 기준으로 우선순위를 정합니까.

킹=10년마다 교육전략을 세우는데 2020년까지 세계은행의 교육전략은 ‘모두를 위한 교육(Education For All)’입니다. 단순히 학생들의 입학률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학습’할 수 있는 교육시스템을 만들자는 것이죠. 그동안 우리의 투자는 교육시설 설립 위주였지만, 앞으로는 학교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 교사를 양성하고 학교운영을 지원하는 쪽으로 바뀔 것입니다. 각 나라의 교육 관련 DB를 분석해 벤치마킹할 모델을 찾을 생각입니다. 그런 점에서 한국은 성공의 노하우를 전할 수 있는 좋은 모델입니다.

김=급변하는 사회에 대응하려면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한데, 어떤 교육 정책이 필요한가요.

킹=평가받기 위해 공부하는 게 아니라 뭔가를 할수 있는 역량을 개발하기 위해 공부하는 환경이 조성돼야 합니다. 그러려면 기본 소양을 기르는 교육이 탄탄해야하고, 교사들이 객관식 문제 풀이에 익숙한 교습법에서 벗어나야 해요. 또 교육과 노동시장이 긴밀히 연계되는 것도 중요합니다. 학생들의 평가 체계도 지식만 평가하기보다 다양한 재능을 측정하고 평가하도록 바뀌어야 합니다. 

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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