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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다시 봤다, 한국 건축의 젊은 상상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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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한국 건축의 오늘을 알리는 중국에 알리는 ‘한국 현대건축의 새로운 흐름: 건축가 17인전’(문화체육관광부 후원)이 1일 상하이 퉁지대 갤러리에서 개막했다. 사진 앞부분의 한옥 모형은 조정구씨(구가건축 대표)가 설계한 경주시의 한옥호텔 ‘라궁’의 모형. [새건축사협회 제공]

“중국인에게 한국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드라마다. 건축이 이렇게 강한 줄은 몰랐다. 10여 년 전 국제 금융위기 이후 한국의 발전이 정지된 줄 알았는데, 한국 건축을 보니 그런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됐다.”

 중국 상하이 퉁지대(同濟大) 건축·도시계획대학 황이루(黃一如) 부학장의 말이다. 1일 퉁지대 건축대학원 갤러리에서 열린 ‘한국 현대건축의 새로운 흐름: 건축가 17인전’의 개막 행사에 참석한 황 부학장은 “몇 달 전 한국을 방문해 현대건축을 직접 보고 많이 놀랐다.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고민해온 한국 건축이 중국 건축가들에게 훌륭한 참고(reference)가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퉁지대는 베이징 칭화대와 더불어 중국을 대표하는 2대 건축 학교 중 하나다. 건축·도시계획대학 학생 수만 3000여 명, 교수진이 300여 명에 이른다. 이번 전시는 한국 현대건축이 중국, 나아가 아시아 시장에 적극적으로 발신음을 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건축가 한형우씨(스페이스 연 대표)가 설계한 서울 서대문구립 이진아기념도서관. 갑작스러운 사고로 딸(이진아)을 잃은 아버지(이상철씨)가 건축비 50억원을 기부해 완성됐다.

 전시장은 작품 모형과 드로잉, 동영상 자료로 채워졌다. 개막 전부터 이를 꼼꼼히 들여다보는 학생들로 북적댔다. 우즈광(<5434>之光) 상하이건축가협회장 등 상하이에서 활동하는 건축가들도 자리를 함께했다. 개막식에는 금호복합문화공간 ‘크링’으로 잘 알려진 장윤규(운생동 대표), ‘이진아 도서관’을 설계한 한형우(스페이스 연 대표), 서울 서교동 자이갤러리와 아난티클럽서울을 디자인한 민성진(SKM건축 대표), ‘락있수다’의 문훈씨(문훈건축발전소 대표) 등 참여 건축가 17명(팀) 중 13명이 참석했다.

 전시장에서 만난 건축 큐레이터 비비 잉 호씨는 “한국 건축가들은 재료와 조형에서 과감하게 혁신을 추구하는 게 두드러진다”며 “극도로 모던하면서도 중국인의 시선으로 보면 확연히 다른 디자인이 흥미롭게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김찬중·홍택(시스템랩)이 출품한 여의도·신천나들목 벽에 쓴 재료(폴리카르보네이트)에서 비용을 줄이고 기능성을 극대화하려는 건축가의 고민을 엿볼 수 있었다고 했다.

 학생들은 한옥 건축가 조정구의 한옥호텔 ‘라궁’ 모형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대학원생 친 티안 양은 “한국의 건축에 대해서는 아는 게 거의 없었다. 파격적인 형태의 펜션과 주택은 물론 학교·도서관·소년원 등 공공건축물도 흥미롭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앞서 열렸던 그룹건축전 ‘메가시티 네트워크: 한국현대건축 서울’의 연장선상에 있다. 2007년부터 2년간 유럽 순회전도 진행됐던 ‘메가시티 네트워크’전이 한국 현대건축을 광범위하게 담아냈다면 이번에는 우리의 젊은 건축가들에 초점을 맞췄다. 한국 건축의 미래를 보여주겠다는 의도다. 전시총괄을 맡은 박진호 교수(인하대)는 “‘메가시티 네트워크’로 얻은 큰 자신감이 아니었으면 이번 자리는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건축가들이 중국·일본 등 아시아 건축가들과 네트워크를 쌓으며 보다 큰 틀 위에서 작업을 해야 한다”며 “이번 전시를 계기로 한국 건축의 힘이 일본·싱가포르·홍콩·말레이시아 등으로 확대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전시는 29일까지 계속된다.

◆참여 건축가=곽희수, 김동진, 김승회+강원필, 김찬중+홍택, 김헌, 문훈, 민규암, 민성진, 신창훈+장윤규, 유현준, 윤승현+서준혁, 윤웅원+김정주, 이민아, 임재용, 조정구, 최욱, 한형우. 이상 총17인(팀).

상하이=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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