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부실채권 비율 6년반 만에 최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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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경기 침체와 기업 구조조정의 영향으로 은행권 부실채권 비율이 6년6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 부실채권 비율은 총대출 중 3개월 이상 연체되거나 상환능력이 떨어지는 ‘고정 이하 여신’이 어느 정도인가를 보는 지표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은 2.32%로 6월 말(1.94%)보다 0.38%포인트 상승했다. ‘카드 대란’의 여파가 이어졌던 2004년 3월 말(2.5%) 이후 가장 높다. 수협(4.6%), 산업은행(4.17%), 우리은행(3.85%), 농협(2.96%) 등의 부실채권 비율이 높았다. 9월 말 기준 부실채권 규모(잔액)는 30조3000억원으로 6월 말(25조6000억원)보다 4조7000억원 증가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은행들에 연말까지 부실채권 비율을 1.7% 수준(평균)으로 낮추도록 통보했다.

 3분기에 늘어난 부실채권의 72%(3조4000억원)는 부동산 사업장에 돈을 빌려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의 부실 PF대출 비율은 지난 9월 말 18.02%로 전분기 말보다 8.42%포인트 상승했다. PF대출의 연체율도 6월 말 2.94%에서 9월 말 5.85%로 높아졌다. PF대출 중 고정이하의 부실 규모도 6월 말 4조3000억원에서 9월 말 7조7000억원으로 불어났다.

 부실 PF대출이 늘어난 것은 건설사들이 워크아웃(채권단공동관리)에 들어가면서 부동산 시행사를 대신해 내주던 이자를 연체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또 연체가 없더라도 사업성에 문제가 있는 PF대출을 부실채권으로 분류하도록 한 금감원의 가이드라인도 영향을 미쳤다.

 저축은행에 이어 은행권의 PF 부실이 크게 늘고 있지만 금감원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주재성 금감원 은행서비스업본부장은 “PF대출 규모가 은행 전체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5%에 그친다”며 “은행들의 자기자본비율이 높고, 당기순이익도 내고 있어 자체적인 부실채권 정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국금융연구원 서병호 연구위원은 “아직 우려할 수준은 아니지만 부동산 시장이 더 나빠지면 부실이 늘어날 수 있는 만큼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은행들은 연말까지 부실채권 감축 목표를 세워 실행해야 한다. 금감원 최성일 건전경영팀장은 “워크아웃 여신이 많은 은행은 이를 당장 정리하기 어려운 만큼 부실 비율을 다소 높게, 그렇지 않은 곳은 낮게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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