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강기정, 비겁하게 면책특권 뒤에 숨지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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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강기정 의원(전광판 오른쪽)이 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대우조선해양 남상태 사장의 연임 로비에 이명박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이귀남 법무부 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김경빈 기자]

이명박 대통령은 1일 오후 5시쯤 정진석 정무수석에게 민주당 강기정 의원의 대정부질문 내용을 보고받았다. 순간 이 대통령은 ‘기가 막히다’는 표정을 지었다고 정 수석이 전했다. 이날 오후 3시40분쯤 강 의원은 국회에서 대우조선해양 남상태 사장의 연임 로비 의혹과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의 연관설을 제기했다. 그는 남 사장 문제와 관련해 ‘로비 라인’과 ‘수사 무마 라인’이라는 두 개의 도표까지 들고 나왔다. 그러면서 ▶지난해 1월 김 여사의 동생 고 김재정씨가 입원 중이던 서울대병원에서 남 사장이 김 여사를 만났고 ▶한 달 뒤 남 사장 부인이 청와대 관저에서 김 여사를 만나 남편의 연임 로비를 했으며 ▶김 여사는 정동기 당시 민정수석을 통해 남 사장의 연임을 지시했고 ▶1000달러짜리 수표 다발이 김 여사와 이 대통령 동서에게 건네졌다고 주장했다. 강 의원은 이귀남 법무부 장관에게 질문을 던지면서 “제 말씀을 확인하시겠습니까?”라고 물었다. 이 장관이 즉답을 하지 않자 “국회에서 국회의원이 책임지고 발언하는데 확인하시겠냐고요, 장관!”이라며 다그치기도 했다. 강 의원은 ▶김윤옥 여사·권재진 민정수석·노환균 서울 중앙지검장 라인 ▶이재오 특임장관·오동섭 대우조선해양 상임고문·김준규 검찰총장 라인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이귀남 법무장관·노환균 서울중앙지검장 라인 등 세 가지 라인이 남 사장 로비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를 무마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강 의원은 그러나 주장의 구체적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곧바로 강력 대응에 나섰다. 김희정 대변인은 “강 의원 얘기 중의 사람관계와 고리는 단 한 개도 사실관계에 맞지 않는다”며 “참 소설 같은 이야기”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원이 면책특권이 있다고 근거 없는 이야기를 함부로 해선 안 된다. 국회의원이 아니었으면 구속됐을 것이다”고 말했다.

 정진석 정무수석도 청와대 기자실을 찾아 “정부 수립 이후 대통령 부인을 이런 식으로 깎아내린 예가 없었다” 고 말했다. 또 “청와대는 모든 법적인 수단을 강구하겠다”며 “대통령 부인을 들먹이면서 국가의 품격을 떨어뜨리고 날조했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강 의원에 대해선 “비겁하게 면책특권의 커튼 뒤에 숨지 말고, 같은 내용으로 의사당 밖에서 기자회견을 하라. 그렇게 못하면 본인 스스로 의사당을 떠날 각오를 해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청와대는 “강 의원 개인 차원이 아니라 당 차원의 작품”(정 수석)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정 수석이 “민주당 차원의 사과와 해명이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이 때문이다.

강 의원은 대정부질문 이후 본지와의 통화에서 "질의로 모든 것을 말했다. 나는 검찰에 수사하라고 얘기한 것일 뿐”이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강기정 의원은= 광주 북갑이 지역구인 486 운동권 출신. 1985년 전남대 삼민투 위원장을 지냈 다. 정세균 전 대표 체제에서 비서실장을 지냈다.

민주당 강기정 의원 발언 요지와 청와대 반박

◆강기정=남상태 부부가 고(故) 김재정(김윤옥 여사의 남동생)씨의 병실을 찾아가 김윤옥 여사를 만났다. 남 사장 부인이 이명박 대통령 동서 황모씨의 주선으로 청와대에서 김 여사에게 연임 청탁을 했다. 김 여사가 정동기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챙겨보라’고 지시했고, 정 수석이 그걸 민유성 산업은행장(대우조선 채권단)에게 전달했다. 이후 1000달러짜리 수표다발이 김 여사와 황씨에게 전달됐다.

◆청와대 정진석 정무수석=강 의원은 면책특권 뒤에 숨지 말고 당당하게 주장이 사실임을 입증하라. 그렇지 않다면 스스로 의사당을 떠날 각오를 해야 한다. (강 의원 주장은) 입에 담을 가치조차 없는 얘기다. 사실 무근이다. 대통령도 진노했다. 청와대는 가능한 모든 법적 대응을 하겠다.

글=강민석·남궁욱·선승혜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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