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막 내리는 ‘인생은 아름다워’ 김수현 작가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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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2010년 하반기, 이 한편의 드라마를 빌려 한국 사회는 뜨겁게 다퉜다. 제주도에서 펜션을 하는 4대 가족에게 남다른 점이 있다면 장손 태섭(송창의)이 동성애자라는 사실. 그러나 김수현(67) 작가는 63부작을 빌려 “그게 이 가족의 다르지 않은 점”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자식이 많다 보면 동성애자도 하나 끼어있을 수 있지 않나. 조금 시끄럽겠다 싶었지만, 사회적 이슈 그런 걸 의도한 건 없다. 어느 집안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일을 그렸다.”

 바람기 많은 노부, 맞벌이 부부의 낙태, 40대의 늦깎이 연애 등 다양한 가족 이슈를 투영했던 SBS 주말극 ‘인생은 아름다워’가 7일 막을 내린다. 큰아들의 커밍아웃(20회)을 정점으로 ‘당신의 자식이 동성애자라면’이라는 이슈를 가슴 아프게 파고들었던 문제작이다.

 마지막 회를 탈고한 뒤 트위터(@Kshyun)에서 “청률이(시청률)에 배고픈 제작사로부터 ‘지금이라도 두 아이(동성애 커플)만 어디로 보내버리면’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려면 애초에 시작을 안 했고, 죽는 날까지 그렇게 비굴한 글쟁이로 전락할 수 없다”고 토로했던 노 작가를 전화로 만났다. “더는 할 말도 없다”면서도 쟁점을 언급할 땐 목소리가 카랑카랑했다. 

# 잔인해지고 싶지 않았다

 -종영을 2회 남기고 팔순 할머니(김용림)까지 태섭의 정체성을 알게 됐다.

 “캐릭터에 맞게 풀어갔을 뿐이다. 다들 할머니를 보호하려 했는데, 오히려 그분은 의연했다. 옛날에도 그런 사람들이 있었으니까, 인력으로 어쩔 수 없는 거니까. 나는 기본적으로 차별에 대해 싫어하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태섭의 근무처인 병원 등에까진 알리지 않았다.

 “거기까지 나아가면, 내가 그들(태섭·경수)에게 너무 잔인해지니까. 집 밖에서 당하는 건 가족한테 당하는 것과 다르다. 많은 동성애자가 가족한테 오히려 말을 못 한다던데, 내 생각은 가족 안에서 해결되면 조금 더 편해지지 않을까였다. 실제로도 이 드라마를 계기로 가족에게 알렸다는 얘기도 들었다.”

 아슬아슬 판타지가 아니라 현실적 갈등을 표면화한 드라마는 곳곳에서 마찰을 불렀다. 일부 시민단체는 “‘인생은 아름다워’ 보고 ‘게이’ 된 내 아들 AIDS로 죽으면 SBS가 책임지라”는 일간지 광고를 실었고, 법무부 결정으로 교도소 내 방영이 중단되기도 했다. 반면 성적 소수자의 입장을 옹호하는 게시 글도 폭주해 드라마는 거대한 ‘공공토론’의 장이 됐다.

 -태섭·경수의 성당 언약식 장면이 통째로 편집된 뒤 트위터로 항의했다.

 “종교 차원에서 안 된다고 했다기에 ‘내가 생각했던 가톨릭과 다르구나, 살인자도 숨는 성당인데 동성애는 안 되는구나’ 했을 뿐 불쾌하진 않았다. 화난 건 방송사에 대해서다. 차별금지를 위해 뭔가 해야 할 방송이 무서워서 벌벌 떨고. 그런 사람들도 있겠거니 할 뿐이다.”

# 시청률 20% 특별히 고마워

 논란에 비해 ‘인생은’의 시청률은 61부까지 평균이 19.1%(AGB닐슨미디어리서치)로 김 작가의 전작들에 비해 높은 편이 아니다. ‘내 남자의 여자’(2007)가 평균 24.7%, 최고 36.8%, ‘엄마가 뿔났다’(2008)는 평균 28.1%, 최고 40.4%였다. 그래서인지 “이번 시청자들한테 특별히 고맙다”고 몇 번씩 강조했다.

 “소재 자체를 기피한 사람들이 많았다. 대신 받아들인 쪽에선 오히려 경수-태섭 커플이 아름다운데 분량이 적다고 불평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해서 일부러 늘리지도 않았다. 동성애가 간판이 돼버려 그렇지 드라마가 그 얘기만 한 것도 아니니까.”

 -등장인물이 한 명씩 걸려 넘어지는 ‘꽈당 엔딩’도 화제였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인생을 말함인가.

 “그 해석도 안 맞는 것은 아니고. 좀 색다른 엔딩 처리가 없을까 하다가 넘어뜨려버렸다. 마지막 회에서 넘어지는 인물? 그걸 보면 이 드라마 전체가 보일 수도 있겠다.”

 -제목대로 인생은 아름다운가.

 “우리 인물들이 미운 사람 없이 다 본성이 착하니까 제목이 그렇게 된 거다. 인생이 아름다우냐 아니냐는 자기한테 달려 있는 것 아닐까. 살다가 뜻하지 않게 상처 줄 때도 있지만, 그럴 땐 진심으로 미안해하고 용서를 구하면 된다.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껴안고 긍정적인, 그런 삶이면 아름답지 않나.”

 -트위터에서 젊은이들과 소통이 활발하다.

 “늙은이가 괜히 호기심에 시작했다가 완전히 발목 잡혔다. 나는 세대 차이 못 느끼는데 모르지, 그쪽에선 어떨지. 멘션(특정인에게 보내는 메시지) 들어오는 것 보면 세상에 선한 사람이 많다. 그게 즐거움이다. 내가 원래 호기심이 많다. 아이폰은 나오자마자 샀고 지금은 아이패드 기다리는 중이다.”

 -다음 계획은.

 “아유, 나 계획 없다니까. 일 끝내면 한 달쯤 지나야 노는 리듬에 익숙해진다. 계속 놀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약속(집필)이 있으니까 일해야겠지. 다음 건 가족드라마는 아닐 것 같고, 모르겠다. 일단 친구들과 시리아·요르단으로 여행 다녀올 거다. 가선 트위터 안 해. 자칫하면 요금을 삿갓(바가지) 쓴대.”(웃음)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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