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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토지 투자도 작은 것이 좋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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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작은 게 강한 건 주택만의 얘기가 아니다. 요즘 상가·토지 등 전통적인 투자상품도 팔리는 건 소형밖에 없다. 경기침체 장기화 현상은 투자자로 하여금 상가나 땅을 사서 시세차익을 얻기 어렵게 만들었다. 그래서 상가는 자금 부담이 작고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소형 선호도가 높아졌고, 토지시장에는 작은 전원주택을 지으려는 실수요가 부쩍 늘었다.

투자비가 적게 들고 안전성이 확보된 소형 상가나 전원주택이 요즘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충북 충주시 본편리에 들어선 소형 전원주택(사진 위)은 대지 281㎡에 건물면적 46㎡형이다. 경기도 판교신도시의 LH 단지 내 상가는 대부분 전용24~59㎡로 이뤄졌다.

 ◆몸값 싸고 덩치 작은 상가 인기=요즘 서울·수도권에선 크기는 전용 40㎡ 이하, 값은 3억원을 넘지 않는 소형 상가가 인기다. 서울 중랑구 묵동의 GS자이 주상복합단지 내 상가의 경우 분양가가 1억5000만원 이하인 33㎡ 이하 소형은 분양 두 달 만에 80% 이상 팔렸지만 그 이상 크기의 면적은 계약률이 40% 정도다. 4억여원을 들여 23㎡짜리 3개 점포를 임대 목적으로 구입한 투자자도 있었다.

화성시 동탄신도시에 들어서는 에이스타운 상가도 33~49㎡형 소형 상가에 대한 문의가 부쩍 늘었다.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종전에는 1층이나 목 좋은 상가 선호도가 높았다면 이제는 투자자들이 자금 부담이 작은 소형 상가를 많이 찾는 편”이라고 말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단지 내 미분양 상가들도 소형은 비교적 잘 팔린다. 경기도 의정부 녹양 1단지 내 상가와 경남 창원 반송지구에서 분양한 단지 내 상가 26~41㎡형 47개 점포는 지난 5월 대부분 유찰됐지만 9월에만 40개 점포나 팔렸다.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문구점·잡화점·미용실 등 자영업자가 늘어난 것도 한 이유다.

 하지만 크기가 작고 값이 싸다고 무조건 유망하지는 않다. 대형 쇼핑몰 내 분양가 1억원 이하인 6~9㎡짜리 점포는 외면받고 있다. 상가정보연구소 박대원 소장은 “대형 쇼핑몰은 점포가 1000개 이상이어서 소형이라도 희소가치가 떨어지는 게 단점”이라고 지적했다.

 ◆소규모 전원주택지 거래 솔솔=도로 신설, 전철 개통 등으로 교통 여건이 좋아지자 전원생활에 관심을 갖는 수요자가 늘고 있다. 특히 소형 전원주택 시장은 실수요가 몰리면서 온기가 돌고 있다. OK시골 김경래 사장은 “2000년대 중반까지 전원주택이 상류층의 전유물이었다면 요즘은 도시 중산층이 주요 수요층”이라며 “땅과 건물을 묶어서 싸게 만든 상품이 인기”라고 말했다.

 경기도 양평군 강하면 성덕리 일대에 조성 중인 전원주택지 들뫼마을은 분양 면적이 330~990㎡로 다양하다. 하지만 크기별로 선호도가 다르다. 660㎡대로 이뤄진 2차분은 분양을 시작한 지 반 년이 지나도 계약률이 50% 선이지만 330㎡대인 3차분은 한 달 만에 절반 이상 팔렸다. 양평군 개군면 주읍리의 산수유 전원마을 660㎡는 계약률이 20% 선이나 430㎡는 70% 정도 팔렸다.

 전원주택 크기도 작아지는 추세다. 건축면적 200㎡ 이상이 지금까지 전원주택을 이끌어왔다면 이제는 33~66㎡를 가장 많이 짓는다. 수도권 외곽과 충청·강원권 기준으로 땅값과 건축비를 합쳐 1억~1억5000만원이면 살 수 있는 규모다. 강원도 횡성군 안흥면 안흥리 일대 여울마을은 1억3000만원이면 347㎡에 59㎡형 전원주택을 지을 수 있다. 양평군 옥천면 신복리 일대 전원주택용지도 땅값 6000만원(140㎡)에 건축비 6000만원을 들이면 82㎡형 전원주택을 짓는다.

최현주·임정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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