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기업 영업직 3인, 취업에서 정착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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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 첫인상은 비즈니스의 첫 단추.영업현장에 나서기 전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있는 세 사람. 왼쪽부터 정유선(글락소스미스클라인).조정희(푸르덴셜생명).임장혁씨(디아지오코리아).

'영업은 거절당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베푼 만큼 돌아온다. 돌아오지 않아도 할 수 없고'. 영업직과 관련한 격언들에는 왠지 모를 비장함이 깃들어 있다. 그만큼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요즘 젊은 구직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최고경영자(CEO)가 되려면 영업을 거쳐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일부러 영업직을 찾는 이가 적지 않다. 특히 능력에 따라 또래보다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외국계 회사 영업직에는 구직자들의 발걸음이 몰린다. 외국계 보험사.제약회사.주류회사에 근무하는 '유능한' 영업사원 3명으로부터 입사 방법부터 살아남기까지의 노하우를 들어봤다.

◆자신감을 가져라=다국적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영업사원 정유선(29)씨. 대학 졸업 후 1년간 다녔던 석유회사의 부도로 새 직장을 찾아야 했던 그는 '사무실에서 부품처럼 일하는 사무직이 신물 나' 2년 전 영업직의 문을 두드렸다. 일부 면접관은 "우리 회사는 부도났던 회사 직원은 뽑지 않는다"며 그의 아픈 곳을 찔러댔다. 그래도 기죽지 않고 "내 능력만 보라"며 당당하게 맞선 끝에 GSK에 입사하게 됐다. 나중에 알았지만 이 회사의 인재상 중 하나가 바로 '임기응변에 능한 인물'이었다. 어디에서도 웃으며 재치있게 말할 수 있는 그의 능력을 본 것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석사 출신으로 2002년 보험업계에 뛰어든 조정희(35.여.푸르덴셜생명)씨도 "가방 끈 긴 사람이 잘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수없이 들었다. 조씨 역시 학창시절 여학생회장을 했던 경력을 내세우며 자신감을 보여 합격했다. 룸살롱.술집 등에 양주를 납품하는 영업사원인 임장혁(29.디아지오코리아)씨는 3개월의 인턴 기간 중 술집 주변의 '어깨'들 앞에서 기죽지 않으면서도 예의를 지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성실해야 팔 수 있다=예상했던 대로 일은 쉽지 않았다. 1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한 정씨는 5주의 합숙 교육 동안 매주 시험을 치렀다. 세 번 이상 낙제하면 입사가 취소되기에 약사 출신들과 경쟁하며 밤새워 공부했다. 임씨는 어느 날 오후 서울 북창동의 한 술집을 나오며 소금 세례를 받기도 했다. "첫 손님도 오기 전 재수 없이 술 회사 영업사원이 왔다"는 것이었다. 오기로 보름간 꾸준히 찾아갔더니 결국 주인이 두 손 들고 임씨의 단골이 됐다. 입사한 뒤 한 달 동안 교육을 받으며 '고객관리 7단계' 등을 달달 외운 조씨 역시 막상 고객 앞에선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처음에는 "나에게 보험 얘기를 꺼낼 생각도 마라"는 친한 선배의 외면에 자신감을 잃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약이었다. 여러 사람을 만날수록 교과서에는 없는 영업 노하우가 쌓였고, 먼저 만나자는 고객도 생겼다.

◆노력하면 돈은 따라온다=영업직의 수입은 능력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외국계 회사는 사내 복지혜택이나 수입 면에서 국내 대기업 수준을 넘는다. 경우에 따라 연봉만큼의 인센티브를 받을 수도 있으며, 조씨 역시 "이전에 다녔던 외국계 컨설팅회사보다 2.5배의 수입을 올린다"고 말했다.

"입으로 하는 일이지만 진실해야 합니다. 그래야 돈도 자연히 따라옵니다."(임장혁)

"내가 소개하는 약을 잘 아는 것은 기본이고 그 효능에 대한 자부심도 가져야 합니다."(정유선)

"생명보험은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사다리지요. 고객의 건강과 가정을 위해 일한다는 사명감만 있다면 즐기며 일할 수 있습니다."(조정희)

글=김필규<phil9@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 외국계 회사가 눈여겨보는

취업 희망자의 태도

1. 목표(개인별 매출 등)에 대한 달성 의지를 보여라.

2. 면접자의 짓궂은 질문에 당황하지 마라.

3. 소신을 갖고 대답하라.

4. 거짓말.말바꾸기는 '탈락 사유 1호'다.

5. 지방근무 의지를 보여라

6. 학벌이나 성적에 기죽지 마라.

7. 우물쭈물 대답하지 마라

8. 일에 자긍심을 보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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