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사정관전형 모의 면접 대일외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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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외고 입시는 준입학사정관제인 ‘자기주도학습전형’으로 바뀌었다. 영어내신성적·면접·출결만으로 선발한다. 서울과 경기지역 외고 모두 같다. 학과(전공외국어)별로 모집하는 것이 특징이다. 외고는 내년부터 외국어 수업비중이 늘어나므로 지원할 때 자신의 학습계획과 진로·적성에 맞는지 점검해야 한다. 외고 진학을 고민 중인 세 명의 중학생들이 대일외고를 방문해 바뀐 외고 입시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자신의 진로 방향에 맞는지 여부를 고민해야

 중3인 김장환군과 김효빈송수정양은 아직 진로를 구체적으로 정하지 못했다. 장래희망 분야가 2~3개지만 인문계열과 자연계열이 섞여 있어 진로가 제각각이다. 입시 분위기에 휩쓸린 탓에 눈앞의 외고 진학만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을 뿐이다.

 대일외고 김경수 교사는 “올해 입시에선 외고 교육과정이 자신의 진로 방향에 맞는지 여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고의 설립목적인 외국어 분야 인재 육성을 강화한 이번 입시제도의 변화를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지원자의 학업계획이 진로방향과 연관성이 부족하면 지원동기를 의심받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지원자가 자신의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 흔적을 서류(학습계획서)와 면접에서 보여줘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려면 학습계획서가 요구하는 8가지 항목(지원동기·독서활동·자기주도학습경험·학습계획·진로계획·봉사활동·체험활동·독서활동) 사이에 진실성과 연관성이 있어야 한다는 조언이다. 효빈양은 “경영과 외국어에 두루 관심이 많아 특정 분야만 부각시켜 학습계획서를 쓰기가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김 교사는 “체험활동이나 진로계발활동을 지원동기와 꼭 연관 지을 필요는 없지만, 이를 고려해 취사선택할 필요는 있다”고 조언했다. 이를 위해 “진로와 관련해 지원동기를 물으면 어떻게 대답할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독서에서 모델 찾아 따라 하면 진로 설계에 도움

 수정양의 고민도 효빈양과 비슷했다. 대학에서 공부하고 싶은 학문은 많은데 “진로를 개척할 때 이것들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고민했다.

 수정양은 독일어과·심리학과·법학전문대학원을 모두 다니고 싶다. 김 교사는 “중학교 3년 동안 자아계발에 대한 생각이 부족해 생긴 고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떻게 목적지에 도달할 지 진로의 여정을 그려볼 것”을 권했다. 보여주기 위해 나열하는데 그치지 말고 그들 사이의 인과관계를 찾아 공부의 초점을 둬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진로과정을 그리기 어렵다면 “독서에서 모델을 찾아볼 것”을 제안했다. 자신의 진로와 관련해 닮고 싶은 인물을 찾아보고 그 인물의 생애를 살펴보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 속에서 얻은 교훈과 체험을 자신의 학습동기로 활용하라는 조언이다. “내게 어떤 의미가 됐는지를 꺼낼 수 있어야 면접관에게 진실성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

학업계획 수립, 자신에게 필요한 자질 계발에 초점 둬야

 장환군은 기업경영인이 되는 것이 꿈이다. 이를 위해 대학과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공부할 계획이다. 그러나 외고로 진학하는 것이 진로계발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선 확신이 서질 않는다.

 김 교사는 자신의 진로계발과 관련성이 적은 것까지 학습계획서나 면접에 끌어다 쓰는 것은 경계했다. “목표를 장황하게 보여주려 한 나머지 불필요한 내용까지 언급하는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외고 입학을 해외유학을 가는 절차나 좋은 대학으로 진학하는 관문으로 여기거나, 모든 과목별 학습태도를 너무 세세하게 보여주려고 하면 안 된다. 학생 입장에서는 이를 학업계획의 일부로 여기겠지만 면접관에겐 관련성이 적은 내용이 산만한 인상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독서활동 기록에 대해서는 “내용 요약에 그치지 말고 자신에게 필요한 자질이 무엇인지를 독서에서 깨달은 경험을 담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꿈에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자신이 어떤 독서를, 무슨 체험을, 어떤 노력을 했는지를 보여주는데 초점을 둘 것”을 당부했다.

# 김장환군과 김효빈·송수정양의 외고 입시 대비 학습·활동 내용

1. 계발·체험 2.학습태도 3.독서활동 4.교사평가 5.내신성적(2~3학년)

●김장환 (장래진로:세계적 경영인, 경영학과와 경영대학원 진학)
1.경영 관련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 외고 입학설명회 등 참여
2.수업시간 필기 중심으로 교과서 복습, 부족한 사회는 인터넷 강의 청취,
인과관계·원리이해에 초점 두며 문제 해결
3.철학적 가치관과 인생관을 그린 소설·에세이 다독, 독서토론논술반 활동
4.어려운 일 솔선수범, 자기계발 의지 높고 논리력·판단력 갖춰, 교과성적 우수, 회장·부회장 역임
5.1등급

●김효빈 (장래진로:12학년=의사, 3학년=경제학자)
1.방학 중 영어 캠프, 박물관 탐험, 유럽탐방 박물관 기행, 사회와 역사에 관심이 많음
2.사회·수학 우수, 부족한 과목은 인터넷 강의 청취, 암기과목은 교과서 요약 공부
3.역사·위인·세계사 전집 다독, 의사들이 쓴 에세이 탐독, 친구들과 논술동아리 활동
4.사고력·응용력·추리력 우수, 사회·시사에 높은 관심
5.1등급

●송수정 (장래진로:1학년=과학연구원, 2학년=법의학전문의, 3학년=검사)

1.서울고등법원 재판 견학, 학급 회장·부회장 수행,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유전자 연구원과 진로상담, ‘영화 속 수학이야기 동아리 활동
2.영어·사회 과목 우수, 매일 학습계획 세워 실천, 부족한 점 파악해 다음날 보완학습
3.『사이코패스』 등 법의학 관련 책 다독
4.긍정적 성격, 친구와 신뢰 두터움, 스스로 학습계획 세워 공부하는 습관으로 높은 학업성취
5.1등급

[사진설명] 김효빈송수정양, 김장환군(왼쪽부터)이 26일 대일외고에서 김경수(오른쪽) 교사를 만나 새로 바뀐 외고 입시(자기주도학습전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박정식 기자 tangopark@joongang.co.kr 사진="최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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