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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폭발물 밀반입” 미국에 알려, 영국 경찰, 처음엔 혐의 못 찾고 ‘통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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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미국 뉴욕 타임스(NYT)는 지난달 30일 미국행 화물기 내에서 폭발물을 사전에 탐지, 테러 기도를 차단하게 된 과정을 보도해 관심을 끌고 있다.

 신문에 따르면 이번 테러 적발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정보 책임자인 빈 나예프가 지난달 28일 밤 백악관 존 브레넌 선임 대테러 담당관에게 관련 첩보를 알려줌으로써 이뤄졌다는 것이다. NYT는 “그간 사우디는 미국의 아랍 테러리스트들 소탕작전에 미온적이었으나 예멘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는 예외적”이라며 “예멘이 사우디 안보에 가장 큰 문제로 파악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두바이 당국도 사우디 측으로부터 첩보를 건네받아 폭발물을 찾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 정보를 입수한 영국 경찰은 지난달 29일 새벽 이스트미들랜즈 공항에 착륙한 UPS 화물기의 화물을 검색해 수상한 짐을 찾아냈다. 시카고의 유대교 회당(시나고그)으로 보내지는 잉크 카트리지였으나 작은 회로기판과 전선들이 붙어 있었고 흰색 가루가 묻어 있었다. 화물은 독일 쾰른을 거쳐 영국에 도착했다. 영국 경찰은 잉크 카트리지에 대한 감식에 들어갔으나 폭약이 포함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화물기는 다시 이륙 준비에 들어갔다. 그러나 두바이 공항에서 또 다른 의심스러운 화물이 발견돼 상황이 급속히 변했다. 국제화물업체인 페덱스(Fedex)가 취급한 소포로 카타르 도하를 거쳐 시카고의 같은 유대교 회당으로 보내지는 물건이었다. 영국에서와 다른 점은 이번 잉크 카트리지에서는 폭발물이 확인됐다는 것이었다. 이 같은 사실이 영국으로 즉각 전해지면서 이스트미들랜즈 공항에 있던 화물들에 대한 정밀 조사가 실시돼 결국 문제의 잉크 카트리지가 폭발물임이 재확인됐다.

파리=이상언 특파원


JFK공항 여객기 착륙 때 미 전투기 호위

예멘발 수하물 반입 금지국 늘어

폭발물 운송 사건으로 미국·영국 등 각국에선 또다시 검색·보안 시스템에 비상이 걸렸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사건이 발생한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성명을 내 필요 시까지 항공기 운항 보안검색을 대폭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예멘에서 수화물을 실은 뒤 미국으로 향하던 에미레이트항공 여객기는 이례적으로 미국 전투기의 호위 아래 뉴욕 JFK 공항에 착륙한 뒤 철저한 보안검색을 받았다. 델타항공과 유나이티드 컨티넨털 항공 역시 이번 사건으로 보안을 대폭 강화했다고 밝혔다.

 폭탄 화물 발송지인 예멘에서도 수도 사나 곳곳에 검문소가 설치된 가운데 보안요원들이 신분증 검사와 차량 검색을 실시하고 있으며 무장경찰들이 순찰을 벌이고 있다.

 폭발물의 경유지로 이용된 영국 정부는 화물 소유주가 불분명하거나 동반되지 않은 모든 예멘발 화물기의 운송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프랑스와 독일도 자국행이 예정된 예멘발 화물기가 넘어오는 것을 막기로 했다. 벨기에 정부도 항공화물에 대한 보안검색 강화를 지시했다.

 미국 등 각국의 검색 시스템은 여전히 열악하다. 미 국토안보부는 미국으로 향하는 화물 컨테이너 중 1%만이 해외 현지에서 사전 검사를 거치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국가에서도 항공화물은 한 번 이상의 검색 절차를 거치도록 돼 있지만 검색 규정이 국가마다 다르고 장비 미비로 검색 없이 항공기에 실리는 화물이 허다하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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