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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엑스포, 첨단기술과 정을 담은 한국관 성공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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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상하이 엑스포 폐막일인 10월 31일 오전 9시. 엑스포 장소인 푸둥 지구엔 이른 시각부터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7~8줄로 늘어선 사람들은 검색대를 통과하자마자 달음박질을 쳤다. 전시관에 빨리 입장하기 위해서다. 각 나라 전시관엔 이미 1㎞ 가까운 줄이 생겼다. 많은 이들의 손에는 ‘하이바오’라는 상하이 엑스포 마스코트가 들려 있었다.

 6개월(5월 1일~10월 31일)간 상하이는 오롯이 ‘엑스포의 도시’였다. 시내의 각종 공사는 모두 중단됐다. 방문객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기 위해서다. 거리엔 ‘I♡SH’ 등의 플래카드가 가득했다. 상하이 엑스포엔 역대 최대인 7300만 명이 다녀갔다.

 상하이 엑스포는 ‘규모의 엑스포’였다. 참가국(190개), 국제기구(57개), 기업관(18개), 개최면적(5.28㎢) 등에서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이날 오전 폐막연설에서 “참가국, 참가인원 모두 세계 기록을 경신했다”며 “상하이 엑스포는 성공한 행사”라고 자축했다.

 이 기간 동안 한국관은 꾸준한 인기를 모았다. ‘라면은 양은냄비에 끓여야 제 맛’ ‘앉은키가 큰 사람은 대체로 키가 작다’는 등의 익살스러운 문장으로 구성된 모자이크로 꾸민 건물은 개막 전부터 인기였다. 영국 BBC는 4월 23일 한국관 사진을 ‘전 세계 오늘의 사진’ 첫 머리에 올리기도 했다. 독특한 건물이 눈길을 끌고, 전통 공연이 발길을 잡았다. 한국관을 보려면 평균 5시간 줄을 서야 했다. 대기하는 동안 관람객들은 풍물패와 비보이, 퓨전 국악 공연을 볼 수 있었다.

 한국관은 첨단기술과 ‘정(情)’을 담았다. 터치스크린과 3D(3차원) TV를 통해 관람객의 참여를 끌어냈다. 발레리나를 꿈꾸다 다리를 다쳐 좌절한 여자 아이가 다시 웃음을 찾는 과정을 애니메이션과 한류스타 등을 통해 보여준 영상물의 평도 좋았다. 상하이교통대학에 다니는 쑤천윈(25)은 “첨단기술과 아름다운 도우미, 외국 같지 않은 친밀감이 좋았다”고 말했다. 현지언론은 ‘반드시 사진으로 남겨야 할 10대 명소’ ‘한국과학기술, 엑스포를 석권하다’ 등의 찬사를 보냈다. 삼성전자·포스코·현대차 등 12개 기업이 함께 꾸린 한국기업연합관도 외국 기업관 중 방문객 1위를 기록했다.

 ◆발걸음 바빠진 여수=다음 엑스포는 2012년 전남 여수에서 열린다. ‘살아있는 바다, 숨쉬는 연안’을 주제로 2012년 5월 12일부터 8월 12일까지 93일간 진행된다. 상하이 엑스포(등록 엑스포)보다 규모가 작은, 특정 분야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인정 엑스포’다. 현재 70개국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조직위는 100여 개 국가가 참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관람객은 800만 명이 목표다.

 여수에는 엑스포 사상 최초로 바다 위에 주제관이 들어선다. 한국관은 ‘탄소 제로’ 건물로 지어진다. 현재 30% 정도 행사 준비가 진행된 상태다. 이날 폐회식을 찾은 강동석 여수엑스포 조직위원장은 “2007년 모로코를 누르고 엑스포 개최지로 선정된 것은 해양이라는 주제가 좋았기 때문”이라며 “관람객 대기시간을 줄이고, 체험하는 엑스포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상하이=권호 기자


조환익 KOTRA 사장 “여수엑스포 국내 잔치 안 되려면 중국인 관람객들 끌어들여야”

“1년에 중국인이 140만 명 정도 한국을 찾는데, 180일 동안 725만 명이 한국관을 찾아 구경했다.”

 KOTRA 조환익(사진) 사장은 31일 막을 내린 상하이 엑스포 한국관의 성과에 고무된 듯했다. 중국 상하이에서 한국에 오는 데 2시간이 걸리지만 상하이 엑스포에서 한국관을 보려면 5시간 줄을 서야 했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는 것이다. 한국무역협회가 주관한 한국기업연합관에도 470만 명의 입장객이 다녀갔다.

 -한국관이 얼마나 인기였나.

 “52개 단독 국가관 중 한국관이 중국관 다음으로 사람들이 많이 찾았다. 일본관이 1800억원을 들여 꾸몄지만 예산이 6분의 1인 한국관이 훨씬 더 반응이 좋았다. 중국 최고위 지도자 중 한 명인 리커창(李克强) 중앙정치국 상무 부총리와 리창춘(李長春) 상무위원도 한국관에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지난달 30일에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이곳을 찾았다.”

 -무엇이 요인이었나.

 “일본관은 다소 정(靜)적이었다. 영상미는 뛰어났지만 큰 감동은 없었다. 우리는 영상 외에도 문화, 공연 등 종합적인 내용으로 구성했다. 특히 체험하는 전시물을 많이 배치한 것이 관심을 끌었다. 한국관에서 보여준 12분짜리 영상 ‘코러스 시티’는 상하이 최대 신문 신원천바오(新聞晨報)가 발표한 ‘엑스포 오스카상’ 영화상 부문에서 최고 인기 트렌디 영상으로 뽑혔다. 중국어에 능통한 80여 명의 한국 도우미 의 역할도 컸다.”

 -이번 엑스포가 어느 정도 효과를 가져왔나.

 “쌍용차에서 철수한 상하이차 문제 등으로 상하이에서는 혐한 감정이 심했다. 그래서 한국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더 공을 많이 들였다. 이번 행사로 우리나라가 거둬들일 경제적 효과를 가톨릭대학 김기찬 교수팀의 자문을 받아 분석해 보니 앞으로 3년간 대중국 수출이 약 6조9986억원 늘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3년간 한국을 찾을 중국인도 45만 명 느는 것으로 나왔다.”

 -2012년 우리나라에서도 엑스포가 열리는데.

 “이번 엑스포의 성과가 여수 엑스포로 이어져야 한다. 사실 엑스포 입지로서 여수는 상하이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열악하다. 철저히 특화된 엑스포로 준비해야 한다. ‘물과 해양’이라는 주제에 맞춰 그동안 보지 못했던 전시와 영상으로 구성돼야 한다. 국내 잔치가 안 되려면 중국인들을 끌어들이는 게 중요하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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