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청년층 중심 소비심리 빠르게 회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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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소비 회복에 대한 기대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특히 소비심리는 중산층 이상과 20~30대의 청년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10일 "1분기(2005년 1~3월)부터 경기가 완만한 회복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박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가 콜금리를 현행처럼 연 3.25%로 유지하기로 결정한 뒤 한 기자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하고 "생산과 소비, 서비스.주가 등 지표가 모두 개선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4%로 예상했던 올해 경제성장률이 더 올라갈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빠르게 회복되는 소비심리=통계청이 10일 내놓은 '2월 소비자 전망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 기대지수는 99.4로 1월의 90.3보다 9.1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2월 20일부터 7일간 도시지역 2000가구를 대상으로 면접 조사한 결과다.

소비자 기대지수는 소비자들이 ▶경기▶소비 지출▶생활형편 등 5개 분야에 걸쳐 6개월 이후 사정을 어떻게 내다보는지를 수치로 표시한 것이다. 지수가 100을 넘으면 6개월 후가 지금보다 더 나아질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고, 100 아래면 그 반대다. 지난해 12월 이 지수는 85.1까지 떨어져 향후 경기가 더 나빠질 것으로 예측됐다. 그러나 두 달 만에 이 지수가 기준치인 100에 근접하면서 경기 회복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김원배 기자

*** 저소득·장년층은 아직 머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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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층 이상.청년층서 크게 호전=월 400만원 이상 고소득층의 기대지수가 1월 99에서 2월엔 107.5로 급상승했고, 300만원대와 200만원대 소득층의 기대지수도 100을 넘었다.

월 100만원대 소득층과 100만원 미만의 저소득층도 100에는 못 미쳤지만 전달에 비해 기대지수가 6포인트가량 올랐다. 연령별로는 20대가 1월에 이어 2월에도 100을 넘었고 30대는 103.0으로 지난해 4월 이후 10개월 만에 기준치를 넘어섰다. 돈이 많은 사람과 유행에 민감한 젊은층이 경기를 좋게 본다는 것은 경기 회복의 희망이 담긴 신호로 풀이된다.

IT 관련 대기업 과장으로 있는 박모(36)씨는 앞으로 경기가 더 좋아질 것으로 믿고 있다. 월급이 400만원가량 되는 그는 연초 특별성과급과 설 보너스를 받아 빚도 갚았고, 최근엔 1300cc짜리 소형차를 좀 더 큰 차로 바꿀지를 고민 중이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기름이 적게 드는 소형차를 계속 탈 생각이었지만 올 들어서는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예상해 마음을 바꾼 것이다.

40대 이상의 기대지수도 2개월 연속 상승했지만 100에는 못 미쳤다. 50대 이상의 경기 전망도 조금 나아졌지만 확실하게 개선됐다는 신호를 주지는 못했다. 아랫목(중산층 이상, 청년층)의 온기가 아직 윗목(저소득층, 중장년층)으로는 확산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에 전자부품을 납품하는 중소기업체 부장인 김모(44)씨는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경제가 더 좋아질 것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허리띠를 더 졸라맬 생각이다.

통계청 오삼규 통계분석과장은 "자체 분석 결과 소비자 기대지수가 오르면 2~3개월 뒤에는 도소매 판매 등 소비도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2001년 줄곧 100 미만이던 소비자 기대지수가 2001년 12월부터 100을 돌파하자 도소매 판매도 2개월여가 지난 2002년 1분기에 10.2%나 증가했다.

◆어떻게 불씨를 살려 가나=경제 전문가들은 경기 회복의 불씨를 키워가기 위해서는 기존 경제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양대 나성린 교수는 "중장년층의 경기 기대감이 아직 낮은 것은 이들이 미래를 불확실하게 보기 때문"이라며 "양극화를 해소해 아랫목의 온기가 윗목으로 퍼지게끔 정책의 불확실성을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고용 상황이 개선되고 가계 부채 문제가 해결돼야만 확실히 소비가 되살아난다는 지적(현대경제연구원 주원 연구위원 등)도 나온다.

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유가 및 원자재 가격과 환율이라는 두 가지 외생적 요인이 경기 회복을 가로막을 수 있는 만큼 이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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