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한국은 나를 어른으로 만들어준 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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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나를 어른으로 만들어준 나라입니다. 이곳에서 처음으로 월급을 받으면서 사회생활 하는 법을 배웠고, 평생의 반려자도 만났으니까요. 고마운 나라인 한국의 법률시장 발전에 힘이 되고 싶습니다."

지난주 법무법인 세종의 변호사로 영입된 티모시 오브라이언(59) 은 "환갑 이후의 인생은 한국서 꽃피우고 싶었다"면서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오브라이언은 앞으로 전문분야인 인수합병(M&A), 외국기업의 한국투자, 국제거래 등에 관한 법률 자문을 맡게 된다. 그는 "세종에서 나를 내보내지만 않는다면 10년 정도 열심히 일하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는 뉴욕의 월가에서 손꼽히는 한국통 법률가다. 예일대와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했고, 유명 로펌인 쿠델 부라더스에서 25년간 한국과 외국기업의 각종 사업계약을 중재해 왔다. 지난 8년간은 쿠델 부라더스의 홍콩사무소 책임자로서 한국기업의 중국투자를 도왔다. 2001년 GM의 대우자동차 인수, 지난해 6월 포털업체 NHN의 중국 게임업체 롄종에 대한 1억달러 투자 등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그가 한국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67년 평화봉사단원으로 한국땅을 밟으면서부터.

"대학 졸업 후 진로를 놓고 고민하던 중 어린 나이에 중대한 결정을 하는 데 부담을 느꼈어요. 2년 정도 자유롭게 외국에서 생활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게 내 인생을 좌우하게 될 줄 당시엔 몰랐죠." 처음 2년간은 전북 군산상고.군산남중에서 영어를 가르쳤고, 이후 3년간은 경상도와 충청도 지역에서 교육.의료 봉사활동을 지원했다. 이 무렵 충남 안면도로 봉사활동을 갔다가 이화여대 4학년생이었던 백봉현(58)씨를 만나 결혼에 골인했다.

그는 한국말을 유창하게 구사하고, '오덕현'이라는 한국이름도 갖고 있다. 명함도 한쪽은 영문, 한쪽은 우리말로 돼 있다. 애창곡은 남진의 '가슴아프게'. 각종 행사 때마다 구성지게 불러 청중의 환호와 박수세례를 받곤 한다. 한국 영화와 '허준' '올인' 등의 TV 드라마도 재미있게 봤다고 한다.

한국의 경제발전에 대한 그의 소회는 남다르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땐 한국이 이만큼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룰 거라고 상상조차 못했어요. 당시 이 정도의 발전을 예상했다면 '미친 놈' 취급 당했을 거에요."

그는 "1960년대에 만났던 한국 사람들은 인정이 넘치고 마음이 따뜻했다"며 "앞으로 시간이 날 때마다 한국의 시골길을 실컷 걸어보고 사람들도 많이 만나보고 싶다"고 했다. 한국어를 좀 더 잘하기 위해 한자(漢字) 공부를 중점적으로 할 계획이기도 하다.

글=하재식 기자<angelha@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jongt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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