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주변 '북적' 규제지역은 '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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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 서울-춘천-양양 간 고속도로 청평 나들목 예정지 주변인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일대는 땅값이 많이 올랐다.

토지시장이 두 갈래로 나뉘었다. 개발 재료가 있는 곳엔 다시 투자열풍이 몰아치는 반면, 토지거래허가 등 규제가 심해진 곳엔 찬바람이 분다.

지난해 ▶행정수도 이전 ▶신도시 개발 ▶고속철도 개통 등의 재료로 전국에 걸쳐 땅값이 치솟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JMK플래닝 진명기 사장은 "땅값이 많이 오른 데다 규제는 많아져 당분간 전국적인 동반 상승은 힘들다"며 "재료가 있는 곳에만 매기가 몰리고 나머지 지역은 침체에 빠지는 양극화가 뚜렷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반면 전 세대원이 6개월 이상 거주해야 하는 토지 거래 허가구역의 농지는 수요가 줄면서 거래가 끊겼다.

◆ 호재 있는 곳은'들썩'=확실한 개발재료가 있거나 규제가 없는 곳에는 돈쏠림이 여전하다.

전라남도의 J프로젝트(레저형 기업도시 개발) 추진으로 지난해부터 땅값이 치솟은 호남 남해안 일대는 외지인들의 땅 사재기가 끊이지 않는다. 기업도시 주변 지역인 영암.무안.나주 등의 땅값이 특히 강세다. 영암은 관리지역 땅값이 평당 10만~30만원, 임야가 5만~15만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0%나 올랐다.

전북 전주.익산.군산 땅값도 심상찮다. 관리지역 농지가 평당 20만~40만원, 임야가 5만~15만원으로 지난 연말보다 10% 이상 올랐다. 전주 그린부동산 이상욱 사장은 "공기업과 산업교역형 기업도시 후보지로 거론되면서 호가가 올랐다"며 "땅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여 거래는 활발하지 않다"고 전했다.

수도 이전 정책에 따라 땅값이 춤췄던 충청권 시장은 상황이 약간 달라졌다. 충남 연기군 새서울부동산 신정훈 사장은 "위헌 결정 이전처럼 충청권 전역이 움직이진 않고 행정수도 수용지 인근 연기군 일부와 조치원 지역만 강세"라고 말했다.

충남 당진.서산 일대도 부도가 난 한보철강이 INI스틸로 인수돼 재가동되면서 인구가 늘고, 당진항.석문공단 개발 재료까지 겹쳐 땅 투자자들의 발길이 잦아졌다.

신설되는 고속도로 나들목 주변도 투자 바람이 강하다. 서울~춘천~양양간 고속도로가 지나는 경기도 양평.가평과 강원도 춘천.홍천.횡성 등 나들목 주변에 발길이 몰린다. 홍천군 화촌면 강변부동산 최태순 사장은 "외지인들이 1억~2억원을 들고 와 1000평 안팎의 관리지역 땅을 사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영남권도 개발 재료가 있는 곳은 외지인들이 기웃거린다. 김해 대광부동산 신광호 사장은 "대구 테크노마트 사업지, 포항 신항만 개발지, 진해.부산 신항만 배후단지 주변의 관리지역 땅을 주로 찾는다"고 전했다.

◆ 규제 강해진 곳은 발길 끊겨=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곳의 농지는 외지인의 매수세가 끊겼다. 지난달 19일부터 허가구역 내 농지는 전 세대원이 6개월 이상 살아야 매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수도권.충청권.전남 등에 걸쳐 전국의 14.4%인 43억4700만평이 지정돼 있다.

부동산업계는 농지뿐 아니라 허가구역 내 토지시장 전체가 위축될 것으로 본다. 농지거래 비중이 토지거래의 70~80%에 이르기 때문이다. 경기도 김포 서해부동산 관계자는 "주소지를 옮기고 농지를 사는 외지인이 많았는데 거래조건이 까다로워진 뒤 매기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화성의 부동산세상 황용규 사장은 "지난 1월 허가구역 내 비도시지역 농지의 허가 대상 면적이 1000㎡(약 300평) 이상에서 500㎡(약 150평) 이상으로 줄었는데 이번 조치까지 겹쳐 거래가 실종됐다"고 전했다.

또 다른 중개업자는 "수도권 농지는 경리정리가 잘 돼 있으므로 외지인이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되는 150평 이하의 농지는 찾기 힘들다"며 "이번 조치는 외지인의 농지 매입을 원천 봉쇄한 것"이라고 말했다.

레저형 기업도시 건설이 예정된 전남 해남도 허가구역 내 농지는 오름세가 멈췄다. 해남군의 한 중개업자는 "허가구역 밖의 농지에만 투자자가 몰리고 구역 안은 거래가 끊겼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변칙 거래가 고개를 들 수도 있다. 평택의 중개업자는 "6개월 거주요건을 채우기 위해 주소만 옮겨놓고 계약한 뒤 잔금 시기를 6~7개월 뒤로 늦추려는 매수자도 있다"고 말했다. 권태형 변호사는 "허가구역 내 토지는 허가를 받지 않으면 계약의 효력이 없어진다"고 지적했다.

성종수.박원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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