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막내딸, 한국에 시집 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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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시집 올 에카테리나(애칭 카탸)의 어릴 때 모습. 푸틴 총리가 KGB 요원으로 동독 드레스덴에 근무하던 때다. 카탸의 최근 모습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푸틴 자서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가 한국인 사위를 맞는다. 푸틴 총리의 막내딸 에카테리나 블라디미로브나 푸티나(24·애칭 카탸)가 윤모(26)씨와 조만간 결혼할 예정인 것으로 28일 알려졌다. 카탸와 윤씨는 지난 8월 22일 당시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동북의 아바시리(網走)의 리조트에서 휴식을 취하던 윤씨의 아버지인 윤종구(65) 예비역 해군 제독 부부를 찾아와 인사하기도 했다. 이 과정을 잘 아는 한 지인은 “두 사람이 당시 윤 전 제독과 함께 있던 권철현 주일 한국 대사에게도 인사했으며 윤 전 제독이 결혼 사실을 확인해 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브라질에 체류 중인 윤종구 전 제독은 27일 본지와 통화에서 “조만간 결혼 발표를 할 것”이라며 “그때까지 보도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윤 전 제독은 1990년대 말 모스크바 대사관에서 무관으로 근무했으며 현재 재향군인회 국제협력실장으로 일하고 있다.

 지난 8월 22일 휴가차 홋카이도 노선아크를 찾은 권철현 대사는 이날 저녁 윤 전 제독 부부와 우연히 만나 저녁 식사를 하게 됐다. 결혼 예정 사실을 확인해준 한 지인은 “식사 중 자식 문제가 화제가 됐는데 윤 전 제독이 그 자리에서 ‘우리 아들이 푸틴 딸과 결혼을 할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 자리에서 윤 전 제독은 “애들이 곧 여기에 도착할 것”이라고 했고 실제로 곧 윤씨와 카탸가 와서 윤 전 제독 부부와 권 대사에게 인사를 했다고 한다. 권 대사가 인사하며 “언제 결혼하게 되느냐”고 묻자 카탸가 웃으며 “내일 저녁이라도 할 수 있다”고 농담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카탸에게는 줄곧 러시아 경호원 두 명이 따라다녔다.

 윤 전 제독은 아들과 카탸에 대해 여러 얘기를 했다고 한다. 5개 국어를 하는 카탸는 윤씨와 미국에서 같이 유학 중이라고 했다. 또 결혼 후 윤씨와 함께 한국에서 살고 싶어 하며 취직하고 싶어 하는 한국 기업의 이름도 거론했다고 한다. 푸틴 총리는 카탸가 결혼하겠다고 하자 처음엔 조금 반대하다 윤씨를 만난 뒤 좋아하게 됐다고 했다. 권 대사는 “두 젊은이가 모두 상대방 부모를 만났고 결혼을 목전에 두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브라질에 체류 중인 윤 전 제독은 통화에서 “지금은 덮고 나중에 결혼식 때 취재하라. 애들 프라이버시를 들추지 말라”고 요청했다. 다음은 주요 통화 내용.

어린 시절 카탸(애칭)의 모습. [사진=『푸틴 자서전』(문학사상사)]

 -결혼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 녀석이 내가 39살에 낳은 막내다. 지금은 (보도할 때가) 아니다. 덮어달라. 애들이 20대이고 지금 한창 열심히 연애하고 있는데 알려지면 어떻게 되나.”

 -어차피 다 알려질 일이다.

 “ 결혼식 하게되면 초청할테니 그때 써라.”

 -언제 결혼하나.

 "유도신문 하지 말라. 조금 기다리라. 조만간 발표가 난다.”

 카탸는 푸틴 총리가 ‘내가 사랑하는 세 여인’이라고 말하는 이들 중 한 명이다. 세 여인은 부인 류드밀라와 딸 마샤·카탸다. 마샤는 85년, 카탸는 86년 연년생이다. 막내 카탸는 아버지 푸틴이 동독에서 KGB 근무를 시작한 이듬해 드레스덴에서 태어났다. 『푸틴 자서전』에 따르면 류드밀라는 “남편이 연년생을 원했다”며 “그이가 정말 딸들을 사랑한다. 아이들에게 그렇게 지극 정성인 아버지도 흔치 않을 것”이라고 했다. 푸틴은 총리 시절 늦게 들어와도 꼭 딸들을 보고 잠자리에 들었다고 했다.

2007년 10월 일본의 주간분슌이 실은 어린 시절 카탸(오른쪽). 왼쪽은 한 살 위 언니인 마샤. [사진=『푸틴 자서전』(문학사상사)]

 윤씨는 러시아의 한인 교포 사회에서 두드러지지는 않았고 착실한 인상을 남긴 듯하다. 윤씨가 지난해까지 살던 모스크바 레닌스크 프로스펙트 아파트의 주민인 한 교민은 “당시 혼자 살고 있었으며 키가 크지 않은 편인데도 농구를 좋아했다” 고 말했다. 2007년 모스크바에 근무했던 주러시아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당시에도 두 사람 관계가 화제였는데 러시아인들이 관계를 중요시하는 민족이어서 두 사람이 결혼하면 한·러 관계가 좋아질 거란 기대가 컸다”고 했다. 카탸와 윤씨는 99년 7월 모스크바의 국제학교인 아메리칸 스쿨 무도회에서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부친 임기가 끝나 윤씨가 모스크바를 떠났음에도 두 사람의 연락은 계속됐고 2002년 6월 한·일 월드컵 기간 동안 카탸가 한국을 다녀가기도 했다.

안성규 기자,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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