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성장 둔화 예상되지만 투자 늘릴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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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그룹의 절반 이상(53%, 16곳)이 내년에도 적극적 투자를 계획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채용 규모를 최소한 올해 수준으로 유지하거나 늘리겠다는 곳도 67%(20곳)에 달했다. 그러나 30대 그룹은 대체로 내년 성장세와 수익성이 올해보다 둔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본지가 22~28일 30대 그룹(공기업을 제외한 자산총액 기준)을 대상으로 내년 경영계획을 조사한 결과다.

 이에 따르면 대기업들은 전체적으로 내년에도 왕성한 투자를 계속할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사상 최대인 26조원의 투자를 진행 중인 삼성은 “투자계획은 아직 미정이나 올해보다 늘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응답했다. 롯데·LS·동부 등 30대 그룹 중 20%(6곳)가 ‘내년에 총 투자 규모를 올해보다 늘리겠다’고 답변했다. LG·포스코·KT·현대건설·대림 등 33%(10곳)는 ‘올해와 비슷한 규모의 투자를 계획 중’이라고 대답했다.

 미래 성장동력을 키우기 위해 녹색 성장, 신재생에너지 개발 등의 분야에 투자를 강화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곳이 많았다. 올해보다 투자를 줄이겠다는 곳은 3%(1곳)뿐이었다.

 내년에 올해보다 채용 규모를 늘리겠다는 곳은 20%(6곳), 올해와 비슷한 규모로 채용하겠다는 곳은 47%(14곳)였다. 신세계·현대건설 등이 채용 인원 확대를 계획 중이고, 삼성·LG·롯데 등은 올해와 비슷한 규모로 채용할 예정이다. KT는 채용 규모를 올해보다 다소 줄일 방침이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올해 글로벌 시장에서 약진한 대기업들이 내년에도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해외 경쟁 기업과 차이를 벌리면서 치고 나가겠다는 것은 의미 있는 전략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30대 그룹의 전반적인 경영 전략 키워드는 ‘공격’과 ‘방어’가 팽팽했다. 삼성·SK·LG·롯데 등 30대 그룹 가운데 40%(12곳)가 내년에 ‘공격·확대 경영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면 두산·KCC·LS 등 30%(9곳)는 ‘보수적으로 경영 전략을 짜겠다’고 응답했다. 포스코 등 17%(5곳)는 ‘긴축이나 비상 경영을 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30대 그룹이 내년 사업계획을 수립하면서 가장 어려운 요인(복수 응답)으로 꼽은 것은 ‘원화가치 상승 등 세계 통화가치 불안(80%)’이었다. ‘세계 경제의 더블 딥 우려감(43%)’과 ‘원자재값 상승(33%)’이 뒤를 이었다. 내년 상반기 원화가치 전망은 달러당 1100~1150원(37%)과 1050~1100원(37%)이 대부분이었다. 수출 마진 확보를 위한 ‘달러당 원화가치 마지노선’은 기업 사정에 따라 다양했지만 달러당 1050원 이상은 돼야 이익을 낼 수 있다는 응답이 37%(11곳)나 됐다.

 한편 국내 30대 그룹 중 절반(47%, 14곳)은 내년 영업이익 증가율이 올해 대비 5%를 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영업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는 곳이 10%(3곳)였고, 10% 이상 증가를 예상하는 곳은 20%(6곳)였다. 30대 그룹 가운데 57%(17곳)는 내년 한국 경제의 성장률을 3~4%로 전망했다. 5%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는 기업은 한 곳도 없었다.

이상렬·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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