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원자재값 연일 최고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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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국제 원자재시장이 불안하다.

원유가격이 연일 급등하고 있는 가운데, 구리.알루미늄 등 주요 원자재 가격도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늘어난데다 헤지펀드의 투기적 거래 등이 작용한 탓이다. 그러나 최근의 급등세는 세계 경제가 순항하고 있는 증거로 과거와 달리 인플레이션 등의 부작용은 작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급등하는 원자재 가격=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8일(현지시간) 거래된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선물 가격은 배럴 당 54.59달러를 기록했다. 이날의 유가 급등은 미국 에너지부가 올해 WTI 가격 전망을 전월보다 7.5% 높인 배럴당 48.95달러로 조정한 것이 원인이 됐다. 우리나라 수입량의 80%를 차지하는 중동산 두바이유 현물가격도 44.33달러를 기록했다.

구리 등 각종 원자재 가격까지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뉴욕에서 거래된 5월 물 구리 선물은 1파운드당 1.4995달러를 기록 1989년 이후 1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는 알루미늄(1t 당 1986달러)이 1995년 이후 10년 만에, 아연(1433달러)이 1997년 9월 이후 7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원유.금속.곡물 등 17개 원자재의 국제가격을 합친 영국의 로이터-CRB 지수도 312.94로 1981년 1월 이후 24년 만에 최고치였다.

◆치열한 원자재 확보경쟁=원자재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각 국마다 확보 경쟁도 치열하다. 블룸버그는 8일 세계 최대 광산업체인 영국 BHP 빌리턴이 호주의 니켈 생산업체인 WMC 리소시즈를 약 73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보도했다.

WMC는 세계 5위의 니켈 생산업체이며 세계 최대의 우라늄 매장량을 보유한 알짜 업체. 일본 정부도 그동안 효율이 낮았던 일본국영석유(JNOC)를 민간 석유회사 인펙(Inpec)에 넘겨 본격적인 해외 유전 탐사에 나서기로 했다.

◆엇갈리는 전망=아직까지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까지 올라갈지도 모른다는 우울한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오일 쇼크 때만큼 세계 경제에 큰 타격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9일 "국제 상품가격의 급등은 세계 경제가 호조를 보이고 있다는 증거"라며 " 인플레 압력이 높지 않아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보도했다.또 파이낸셜타임스는 7일 "석유 증산이 통제되지 않아 고유가가 앞으로 계속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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