얽히고설킨 현대건설 인수전 … 노조선 “인수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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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현대건설 인수를 둘러싼 현대자동차그룹·현대그룹의 경쟁이 갈수록 확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두 그룹의 내부에서 현대자동차(현대차그룹)·현대증권(현대그룹) 노조가 각각 “현대건설을 인수해선 안 된다”고 나선 데 이어 27일엔 시민·노동단체와 피인수 기업인 현대건설 노조까지 입장을 밝혔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은 이날 ‘현대차그룹은 현대건설 인수에 앞서 동희오토 등 사내하청 문제부터 해결하라’는 내용의 성명서 문안을 공개했다. 이 성명서는 28일 금속노조를 포함한 진보 측 인사 1000명의 이름으로 발표된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기아자동차의 경차 모닝을 만드는 동희오토는 생산직 노동자의 100%가 사내 하청”이라며 “최대 6조원으로 예상되는 현대건설 인수자금의 10%면 현대차그룹 계열 사내 하청업체 직원 약 2만 명의 정규직화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현대차 노조 김태열 대외협력실장은 “사측이 현대건설 인수 후 (현대차그룹 계열 건설사인) 현대엠코와 합병해 경영권 승계용으로 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현대그룹 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대증권 노조는 12일 서울 연지동 현대그룹 사옥 앞에서 인수 반대 시위를 한 데 이어 29일에는 현대증권이 있는 여의도에서 집회를 열 계획이다. 현대증권 노조는 이 회사 이사회가 8월 19일 현대건설 입찰 참여를 결정한 직후부터 “현대그룹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전체 주주의 피해를 감수하겠다는 무모하고 부당한 결정”이라며 반대해 왔다. 현대증권 민경윤 노조위원장은 “현대증권이 애써 번 돈을 증권과 시너지도 없는 현대건설 인수에 쓰는 것은 회사·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금속노조 차원의 정치적 전략일 뿐”이라며 “그룹 내부의 반발은 현대증권 쪽이 훨씬 강하다”고 말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대증권 노조는 최근 임금협상과 연계해 전략적으로 이 문제를 거론하는 것”이라며 “오히려 현대차그룹 계열사의 반대가 더 심하다”고 주장했다.

 양측의 신경전 사이에 낀 현대건설 노조도 입을 열었다. 현대건설 임동진 노조위원장은 27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대건설 인수는 현대건설·채권단·인수자 모두 ‘윈윈’하는 상생이 돼야 한다”며 “무리한 입찰가격으로 인수하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현대건설 몫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선하·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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