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시진핑 6·25발언은 한국 무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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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부주석의 발언이 파문을 낳고 있다. 시진핑 부주석은 지난 25일 한국전쟁 참전 노병들을 초청해 베이징 인민대회장에서 연 ‘항미원조전쟁(抗美援朝戰爭) 참전 60주년 좌담회’에서 중국의 6·25 참전을 “침략에 맞선 정의로운 전쟁이었다”고 말했다.

 이회창(얼굴) 자유선진당 대표는 27일 시 부주석의 발언에 대해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된 동족 상잔 적화(赤化) 침략전쟁에 300만 명이 넘는 희생자가 발생하고 전국이 초토화되다시피했던 한국과 한국 국민을 무시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남북관계와 한반도 통일에 결정적 영향력을 가진 나라의 차세대 지도자가 좁은 역사 인식과 모택동주의적 사고에 집착해 있다면 참으로 우려스러운 일”이라며 “중국 측에 해명과 사과를 요구해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했다. 또 “대중외교를 더욱 강화해야 하지만 대접은 하되 따질 것은 따져야 대접을 받는다”며 “해명과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오히려 앞으로 서로 마음이 통하는 외교관계를 구축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래연합도 "시 부주석은 이번 발언으로 북한의 지지를 받겠지만 자유세계의 국민으로부터는 믿을수 없는 지도자라는 것을 보여줬다. 시진핑의 중국이 우려스럽다”는 논평을 냈다.

 워싱턴을 방문 중인 월터 샤프 한미연합사령관도 26일(현지시간) “한국전쟁은 전 세계가 함께 북한의 침공을 막아낸 전쟁이었다. 북한이 벌일 수 있는 가능한 모든 범위의 일들에 대비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재차 "한국전쟁은 북한의 침략으로 발생한 전쟁”이라고 반박했다.

 급기야 한국 외교통상부도 나섰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27일 내·외신 정례 브리핑에서 “(6·25 전쟁은) 북한의 남침에 의한 전쟁이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변함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이 문제에 대해서는 모든 나라가 동의하고 있다”며 “6·25전쟁은 이미 국제적으로 논쟁이 끝난 문제이기 때문에 추가로 말씀드릴 것은 없다고 본다”고 못 박았다. 시 부주석을 직접 겨냥하진 않았지만 발언이 잘못됐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지적한 셈이다.

 신각수 외교통상부 1차관도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6·25 60주년 기념 세미나 환영사에서 6·25를 “한반도를 무력으로 적화하려던 북한의 침략전쟁”이라고 규정했다. 그런 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에 따른 유엔군의 참전으로 침략을 격퇴했지만 60만여 명의 한국군과 15만여 명의 해외 참전용사들이 전사하거나 실종됐다”고 말했다.

강찬호·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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