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 음악 키워드는 단순함·자연스러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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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막을 내린 제16회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선 미츠다 우치코, 마르타 아르헤리치, 넬손 프레이리 등 이 대회 출신의 쟁쟁한 연주자들이 오프닝 콘서트를 맡았다. 이들과 함께 당 타이 손, 푸 종을 비롯한 전 세계의 ‘쇼팽 전문’ 피아니스트들이 심사위원을 맡았다. 

 쇼팽 탄생 200주년을 맞은 올해 대회에서 심사위원단 부위원장을 맡았던 폴란드 출신 피요트르 팔레치니(64·사진)가 28일 오후 7시 서울대 예술관 콘서트홀에서 독주회를 연다. 폴란드의 쇼팽 200주년 페스티벌의 조직위원도 맡고 있는 그는 1970년 쇼팽 콩쿠르에서 3위에 입상한 이후 주로 쇼팽을 연주해왔다.

 26일 공연장에서 만난 그는 “올해 한국에서도 쇼팽 음악회가 많이 열렸던 것으로 안다”며 “쇼팽 음악의 단순함·자연스러움을 세계인이 마음껏 즐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쇼팽 콩쿠르에서만 다섯 차례 심사위원을 맡았다. 나름의 심사기준이 궁금했다. 그는 ‘비움’을 강조했다. “젊은 연주자들은 흔히 쇼팽을 감상적으로 해석하는 실수를 저지릅니다. 낭만적 이미지 때문인지 많은 연주자가 그의 음악을 인공적으로 꾸미려 들죠.”

 그가 제시한 키워드는 자연스러움이다. “쇼팽은 상당히 설명을 아끼는 작곡가였고, 음악 또한 군더더기가 없어요. 공기 중 산소를 받아들이듯 자연스럽게 연주해야 합니다. 이번 쇼팽 콩쿠르에 한국의 어린 피아니스트들이 많이 참가했는데, 결선에 오르지 못했던 것이 아쉬웠어요.”

 팔레치니는 서울대 음대·미대·인문대가 주최한 쇼팽 페스티벌 ‘쇼팽, 온다’의 마지막 콘서트를 장식한다. 25일 피아노 전공 학생들 공개 레슨을 시작으로 한국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이날 그는 학생들에게 “작곡가가 악보로 말하려는 생각을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28일 독주회에서는 환상곡·야상곡과 발라드 등 쇼팽의 ABC라 할 수 있는 음악으로 한국 청중을 만난다. 02-880-7908.

글=김호정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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