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정부규제 네거티브 방식 계속 확대해가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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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지금은 기부금품을 함부로 모집할 수 없다. 불우이웃돕기나 천재지변(天災之變) 등 10가지 경우에만 가능하다. 그외는 모집이 금지돼 있다. 포지티브 방식(원칙적 금지, 예외적 허용)의 규제로, 법이 허용하는 것만 할 수 있게끔 돼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확 달라진다. 내후년부터는 모든 분야에서 기부금을 모집할 수 있는 쪽으로 법이 바뀐다. 다만 정치와 종교, 영리 목적의 경우에만 금지된다. 원칙적 허용, 예외적 금지라는 네거티브 방식의 규제로 개편되기 때문이다.

 엊그제 법제처는 인허가 제도를 포지티브 방식에서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꾸겠다고 발표했다. 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공언했던 사안으로 다소 늦어진 감은 있지만, 획기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꼭 필요한 규제는 있어야겠지만, 우리의 경우에는 규제가 너무 많은 게 문제다. 그게 늘 국가경쟁력을 갉아먹는 요인이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나 세계경제포럼(WEF) 등에서 국가경쟁력 순위를 매길 때 우리는 경제력에 못 미치는 평가를 받아왔다. 기업활동을 저해하는 정부 규제 탓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대 정부가 규제 완화를 주창한 건 그 때문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늘 용두사미(龍頭蛇尾)였다. 그러나 규제 방식이 달라지면 규제 완화는 자연스레 달성된다. 국민 불편도 한결 덜어지고, 세금 낭비도 줄며, 원활한 기업 활동을 저해하는 일도 적어져 창업과 신규 기업의 진입이 활발해진다. 정부 재량권이 축소돼 비리 가능성도 감소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다. 이를 계기로 네거티브 방식이 확대 적용돼야 할 것이다. 이번에는 372건의 법령 가운데 200건을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꾸었지만, 다른 법령도 엄밀히 검토해서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그럼으로써 덩어리 규제와 핵심 규제를 대폭 완화하길 당부한다. 특히 의료와 교육 등 서비스산업의 규제 완화가 시급하다. 민자와 외자의 유입을 가로막는 진입규제가 개선돼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체감할 수 있고 경쟁력 강화와 신수종(新樹種) 산업 육성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규제 완화가 가능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