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가 세상을 바꾼다 <상> 국산 기술로 해낸 2단계 난공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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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주~부산을 잇는 경부고속철도 2단계 구간이 11월 1일 운행을 시작한다. 2002년 2단계 공사의 첫 삽을 뜬 지 8년 만이다. 현재 3시간 가까이 걸리는 서울~부산 구간을 최고 2시간18분 만에 주파할 수 있다. 경부축의 주요 도시들이 2시간대 생활권에 묶이는 것이다. 국민의 생활과 경제에도 큰 변화를 불러올 전망이다. 경부고속철도 2단계 공사 과정과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2회에 걸쳐 싣는다.

 부산시 금정구 노포동에서 동구 초량동을 잇는 경부고속철도 ‘금정터널’은 길이가 20.3㎞에 달하는 국내 최장 터널이다. 2002년 7월 착공 이후 터널을 뚫으면서 나온 토사만 250만㎥나 된다. 잠실종합운동장 4개를 가득 채울 정도다. 또 터널공사에 쓰인 콘크리트는 아파트 1만 가구를 건설할 수 있는 분량인 48만㎥다.

 공사도 난관이 많았다. 부산 도심을 지나는 동해남부선 철로 바로 밑을 통과해야만 해 자칫 붕괴 우려가 있었다. 부산 지하철 1, 2호선과도 가까운 거리에서 교차해야 했고, 연약지대도 지나야 했다. 한국철도시설공단 김상균 부이사장은 “경부고속철도 전 노선 중 가장 까다롭고 어려웠던 구간”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경부고속철도 2단계 구간은 난공사의 연속이었다. 특히 노선의 상당 부분이 산악지형인 탓에 터널 공사가 많았다. 총 128.6㎞의 구간 중 터널만 38개에 길이는 74.2㎞에 달한다. 전체 연장의 58%나 된다.

 이른바 ‘도롱뇽 소송’으로 알려진 원효터널 역시 2단계 공사 구간에 있다. 울산시 울주군 금곡리~경남 양산시 웅상읍을 잇는 13.2㎞의 터널로 금정터널에 이어 국내에서 둘째로 길다. “터널 공사를 강행할 경우 자연의 보고인 무제치늪이 훼손되고 도롱뇽이 멸종될 것”이라는 종교·환경계의 강한 반발로 공사가 6개월간 중단되는 우여곡절도 겪었다. 하지만 최근 터널 공사가 무제치늪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고 도롱뇽도 많이 서식한다는 사실이 본지의 현장 취재 결과 밝혀졌다.

 공사 중단에 따른 공기 부족을 만회하기 위해 비상수단이 동원됐다. 발파 공사 횟수를 평소보다 늘렸고 고성능장비를 투입했다. 또 터널을 뚫는 굴착작업도 한 달 평균 25일에서 30일로 늘렸다. 이 덕분에 하루 평균 2.37m를 뚫던 것을 3.18m로 늘렸다고 한다. 특히 터널 공사로 인한 상부구간의 지하수 유출 논란을 감안해 이를 방지하는 데도 적지 않은 신경을 써야만 했다.

 2단계 구간에서는 논밭이나 강과 도로 위를 지나는 경우가 많아 교량도 54개(23.4㎞)나 건설됐다. 속도를 제대로 내기 위해 최대한 직선으로 철도를 놓아야 했기 때문이다. 이 중 가장 힘든 공사가 언양고가였다.

  신설역 중에서는 신경주역이 눈에 띈다. 플랫폼 위를 덮고 있는 지붕이 멀리서 보면 고풍 넘치는 기와집을 연상시킨다.

 김재규 철도시설공단 홍보실장은 “외국 기술에 대부분 의존했던 1단계 공사와 달리 2단계 공사는 모두 순수하게 국내 기술로 이뤄졌다”며 “개통 뒤 실제 운행 과정에서 결함이 발견되면 신속히 보완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갑생 기자



“서울~부산·울산 2시간대 … 물류비 줄고 경제 활성화”
조현용 철도시설공단 이사장

“성공적인 2단계 구간 개통으로 명실상부한 고속철도 시대가 열렸습니다.”

 조현용(64·사진)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은 경부고속철도 2단계 개통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철도시설공단은 정부를 대신해 철도 건설을 담당하고 감독하는 공공기관이다. 건설교통부 국장과 한국고속철도건설공단 부이사장을 지낸 그는 2008년 8월 취임 이후 줄곧 2단계 공사를 진두지휘해 왔다.

 -국민 생활에 미칠 영향은.

 “부산·울산·경주 등 경부축의 주요 도시가 모두 서울에서 2시간대로 연결돼 많은 변화가 생길 것이다. 지역마다 다른 문화와 풍습을 반나절에 공유함으로써 탈지역화 현상이 급속하게 진행될 전망이다. 기업의 물류비용 절감과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경제활성화 등의 효과도 기대된다.”

 -공사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천성산을 관통하는 원효터널 공사 시 환경단체 등과의 갈등으로 참 힘들었다. 환경 관련 재조사 등으로 약 6개월간 공사가 중지된 탓에 완공기한까지 시간이 부족해 휴일 없이 철야작업을 해야만 했다. 특히 현장공사를 맡은 시공사들의 고생이 많았다. 하지만 그 갈등이 친환경 철도건설의 중요성을 되새기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경부고속철도의 안전에는 이상이 없나.

 “개통에 앞서 12개 분야, 35개 단위 분야별로 철저히 점검을 했다. 시속 320㎞까지 속도를 높이면서 궤도 안전성 등을 분석했고 신호·통신 시스템 점검도 마쳤다. 안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철도 발전 계획은.

 “무엇보다 국내 철도망 확충에 총력을 기울이겠다. 호남고속철도와 수도권 고속철도를 제때 완공할 것이다. 또 브라질·미국·카메룬·방글라데시·몽골 등 해외 철도시장에도 적극 진출해 철도강국으로서의 위상을 높이겠다.”

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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