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러시아 수교 20주년 … 양국 고위급 연쇄 인터뷰 ③·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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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러시아의 극동·시베리아 지역은 한반도와 유라시아 대륙을 잇는 교두보다. 또 동북아의 에너지 보고이기도 하다. 중앙일보와 러시아 이타르타스 통신은 한·러 수교 20주년을 맞아 러시아의 빅토르 이샤예프 극동지역 전권대표와 한국의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공동 인터뷰했다.

“몇 년 내 극동지역 인프라에 121조원 투자”

빅토르 이샤예프 극동지구 대통령 전권대표(부총리급)

이샤예프 전권대표. [이타르타스 통신]

“몇 년 내로 극동 지역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대형 프로젝트들에 3조3000억 루블(약 121조원)이 투자될 것입니다.”

 러시아 연방 직할 극동지구의 빅토르 이샤예프 대통령 전권대표(부총리급)는 최근 중앙일보와 이타르타스 통신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영토가 큰 러시아는 효율적 통치를 위해 전국을 8개 지구로 나누고 지구 수장인 전권 대표를 대통령이 임명한다. 그는 지난해 8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위임을 받아 서울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만났다. 그는 “이 대통령과 러시아 극동 지구, 특히 캄차카와 사할린에서 협력할 수 있는 주요 프로젝트에 대해 논의했고, 이 대통령은 아무르주의 우주선 발사장 ‘보스토치니’의 건설에 참여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극동지구에서 우선적으로 희망하는 한국과의 경협 분야는.

 “극동지구에 한국과 제3국으로 완제품을 수출할 목재가공 합자기업을 설립하고, 수산업 가공품의 공급 라인을 만들기를 장려한다. 조선, 자동차 조립 생산, 산악스키 휴양단지나 호텔 등 관광 시설 건설, 관광 유람 등의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우리의 천연자원, 시베리아 횡단 유라시아 수송로, 기초과학과 한국의 응용 기술이 합치면 두 나라의 에너지 자원, 운송, 우주 연구, 어업 및 원자력 분야가 비약적으로 발전할 것이다.”

 -러시아에서 주요 투자는 우랄 산맥 서쪽에 집중돼 있다. 극동 지역에서 한국 기업의 투자 확대 방안은.

 “가까운 미래에 이런 상황은 근본적으로 변할 것이다. 러시아 연방 정부는 극동·시베리아 지역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해 말 이 지역에 2025년까지 최대 9조 루블(약 330조7000억원)을 투자하는 계획을 승인했다. 우리는 이를 위해 극동지구에 외국투자유치협의회를 설립했다. 다음 달 제1차 회의가 열린다. 한국에선 한국가스공사와 대우조선이 참여할 것이다.”

 -러시아의 시베리아 횡단철도(TSR)와 한반도 종단철도(TKR) 연결을 위해 진행되는 것이 있나.

 “이 공동 프로젝트를 위해선 항만 부대시설을 발전시키고 광산 개발을 위해 바이칼·아무르(BAM) 간선도 필요하다. 이 간선의 철도역을 재건축하고 복선화하는 등의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다.”



“발레 등 양국 문화교류 가장 성공적 … 청소년·언론 분야도 프로그램 추진”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형수 기자]

“한국과 러시아의 미래지향적 관계를 위해 합동 청소년 오케스트라를 만들어 순회공연을 추진하고, 젊은이들이 참여하는 공동영화 제작을 지원할 계획입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최근 중앙일보, 러시아 이타르타스 통신과의 공동 인터뷰에서 “한·러 청소년 교류를 활성화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한·러 관계에서 문화교류가 가장 성공적인 분야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유 장관은 1997년 서울 호암아트홀에서 톨스토이의 단편소설 ‘어느 말의 이야기’를 초연하는 등 개인적으로도 러시아 문화에 관심이 많다. 당시 공연은 톨스토이 작품의 국내 초연이었다.

 - 지난 20년간 한·러 문화 교류를 평가하면.

 “수교 이후 세계 최고 수준의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과 한국의 국립발레단이 소속 단원을 상호 파견해 합동 발레 공연을 선보인 것은 가장 돋보이는 협력 사례다. 국립발레단은 지난달 예술의전당에서 러시아 솔리스트가 참여하는 ‘레이몬다’를 공연했고, 볼쇼이발레단은 이달에 한국 솔리스트가 참여하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한·러 문화 협력 증진 계획은.

 “양국이 공동 참여하는 프로그램의 효과가 좋았다. 한·러 청소년 오케스트라와 함께 청소년 상호 탐방, 유학생 교류 등을 활성화하려는 이유다. 다음 달 10일에는 ‘한·러 문화포럼’을 연다. 한·러 협력에는 언론의 역할이 막중하다. 언론이 서로를 이해하는 창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언론 교류 프로그램을 만들 필요가 있다.”

 -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과 2022년 월드컵 유치는 잘 진행되나.

 “ 한국은 2002년 한·일 공동 월드컵을 통해 경기장 등 기반시설이 완비돼 있다. 평창은 올림픽 유치를 위해 오래 준비했기 때문에 경기 인프라와 여건이 앞서 있다. 독일 뮌헨이 경쟁 상대이나 잘 진행되리라 본다.”

 - 관광 활성화 계획은.

 “한국은 관광 여건이 좋은 나라로 제주도는 환상의 섬이다. 남해안과 같이 섬들이 촘촘한 리아스식 해안은 세계에서 찾기 힘들다. 잘 개발하면 세계적 관광지로 거듭날 수 있다. 4대 강 정비는 한국의 문화·체육·관광 인프라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강 따라 지역 문화를 활성화 하고, 하천부지를 이용해 생활체육 시설을 만들 수 있다.”



극동 지구는 …
면적 한반도 30배, 인구 650만 명

한국에서 러시아의 극동이라면 연해주 정도를 생각한다. 그러나 러시아에서 ‘극동’의 개념은 다르다. 중부 시베리아의 바이칼호에서부터 태평양에 이르는 지역 전체를 가리킨다. 행정단위로서의 극동 지구(district)는 러시아 8개 연방 지구 중 가장 넓다. 면적은 한반도의 30배쯤 되는 620만㎢. 러시아 극동 지구는 연해주 등 9개의 연방주로 구성돼 있다. 중심지는 빅토르 이샤예프 대통령 전권대사가 집무하고 있는 하바롭스크시다.

인구는 650만 명이며 75%가 도시에 산다. ㎢ 당 1.1명이 살아 세계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낮다. 낮은 출산율과 이주 등으로 지난 15년간 이 지역 인구는 14% 줄었다. 이런 추세로 가면 2015년에는 인구가 450만 명으로 줄 전망이다. 이샤예프 전권대표는 인구 감소를 막기 위해 외국 기업 유치 등을 통한 지역 경제 발전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인천공항에서 블라디보스토크와 하바롭스크·사할린으로 가는 직항이 개설돼 있다.



◆한·러 공동취재팀 ▶ 중앙일보=안성규 중앙SUNDAY 외교안보 에디터, 오대영 국제부문 선임기자, 정재홍 국제부문 차장

▶ 이타르타스 통신=알렉세이 골리아예프 국제국 총국장, 유리 로디오노프 국내담당 국장, 아나톨리 루닥 극동지국장, 블라디미르 쿠타코프 서울지국장, 레오니드 비노그라도프 나홋카 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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