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주 부회장, 검찰 사건 해결사 자처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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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그룹에 대한 대검 중수부 수사의 초점은 C& 측이 기업들을 공격적으로 인수하면서 1조3000여억원의 은행 대출을 받은 과정에 맞춰지고 있다. 금융권은 물론 정·관계 인사들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임병석 회장이 기업 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한 뒤 이를 사세 확장을 위한 로비에 쓴 의혹을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은 이 두 갈래의 의혹이 사실상 연결돼 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천문학적인 은행 대출을 받은 배경에 압력과 비호가 있었을 것이란 얘기다. 임 회장이 2000년대 들어 정·관계 인사와 기업·금융권 출신 등을 대거 영입해 로비 창구로 활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가장 주목 받는 인물은 임성주(사진) 부회장이다. 그는 정·관계는 물론 금융권과 법조계까지 폭넓은 인맥을 갖고 있다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 임 회장이 그를 영입한 목적도 임 부회장의 네트워크 때문이라는 것이다. 임씨는 C&에 오기 이전에 있던 기업에서도 오너를 정·관계에 이어주는 고리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대중 정권 당시 실세들과 잦은 접촉을 했으며, 이 때문에 검찰 내사를 받기도 했다.

 검찰은 임 부회장이 정치권 인사들과의 두터운 인연을 바탕으로 C&의 인수합병(M&A) 과정에서 로비에 동원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C& 측 관계자는 “임 부회장이 김대중·노무현 정권 시절 집권당 의원들과 막역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회장에게 여러 명을 소개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크게 주목할 만한 기업이 아니었던 C&의 임 회장과 정치인의 만남을 주선한 게 임 부회장이란 설명이다. 임 회장은 지난 23일 구속영장실질심사 때 “정치인들을 만났다”고 시인한 바 있다.

 C&그룹 내부에서는 임 부회장이 전·현직 검찰 간부들과도 두루 친분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전직 검찰 간부 등과 막역한 사이였다고 한다. 회사 관계자는 “실제 로비가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검찰이나 경찰과 관련된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자신이 해결하겠다고 나서곤 했다”고 말했다.

 C&은 임 부회장과 함께 정·관계, 금융권 인사 등을 주요 계열사에 배치했다. C&우방에는 옛 재경부 고위 간부 출신 두 명을 이사로 영입했다. 중공업과 상선에는 각각 옛 해양수산부와 국세청 출신 인사들을 감사 또는 사외이사로 데려오기도 했다. 임 부회장처럼 업계에서 스카우트된 경우도 적지 않다. 현대·삼성의 건설 부문 출신 임원과 전직 언론인 등도 C&의 간부로 중용됐다. 또 우리은행 등 은행권 출신이 상당수 기용됐고, 구 여권 의원의 보좌관을 지낸 김모씨가 사업 담당 이사로 일했다. 박해춘 전 우리은행장이 행장에 선임되던 2007년 초에는 C&중공업의 수석 부사장이던 동생 택춘씨를 사장으로 승진시키기도 했다. 검찰은 이들 가운데 임 부회장 등 로비와 관련된 정황이 드러난 이들을 조만간 소환해 로비 혐의의 그림을 맞춰나갈 계획이다.

전진배·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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