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법률] 40년 전 사고로 난청 뒤늦게 알아도 “산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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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직장에서 겪은 사고로 병이나 장애가 생긴 것을 뒤늦게 알게 된 경우 산재(産災)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만약 수십 년 전의 일이라면? 최근 법원에서는 40년 전의 폭발 사고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했다.

 경기도 양평군에 사는 이모(72)씨는 1970년 8월 한 건설회사에서 화약 발파공으로 일하다가 사고를 당했다. 그가 오른손에 들고 있던 다이너마이트가 폭발한 것이다. 결과는 참혹했다. 오른쪽 팔이 잘리고 왼쪽 눈을 잃었다. 오른쪽 눈에도 이상이 생겼다. 얼굴과 머리도 함몰됐다. 이씨는 장해등급 3급 판정을 받았다.

 그런데 이씨는 2007년 12월 양쪽 귀 모두 ‘감각신경성 난청’ 진단을 받았다. 그는 이듬해 근로복지공단에 “70년 당시 사고 때문에 난청이 생긴 것”이라며 추가상병신청을 했다. 하지만 공단 측은 “노화 등 난청의 발병 원인이 다양한데 38년이나 전에 일어난 사고 때문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이씨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씨는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추가상병 불승인 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1단독 김행순 판사는 이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5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씨가 사고 당시 폭발음 때문에 고막이 파열됐는데도 팔이 절단되고 실명하는 등 더 긴박한 상황 때문에 청력검사나 고막 치료를 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사고 38년 이후에야 진단을 받았고 노화가 난청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재해 이후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을 제대로 못하는 등 청력장애가 지속된 점으로 볼 때 이 사건으로 인해 난청이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구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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