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카’에 미래 걸었다 … 2013년까지 4조원 투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2면

경기도 화성시 현대·기아자동차 남양연구소에서 연구원들이 전기차 블루온을 충전하고 있다. 현대차가 지난 달 공개한 블루온은 한 번 충전해 140㎞를 갈 수 있으며, 최고 속도는 시속 130㎞다.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석유를 비롯한 화석연료는 머지않아 바닥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지구 온난화가 글로벌 이슈로 떠오르면서 화석연료가 남아 있더라도 쓰기 힘든 시대가 올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친환경차 개발에 뛰어드는 이유다. 한국의 대표 자동차 기업인 현대자동차그룹도 하이브리드차·전기차·수소연료전지차 등 친환경 자동차에서 미래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그린카’에 미래 걸어=현대차그룹이 올해 연구개발(R&D)에 투자하는 돈은 4조6000억 원이다. 3조원을 투자했던 지난해보다 53%나 늘렸다. 친환경차와 고연비 중소형차 개발이 핵심 과제다. 현대차는 올해 말 미국에서 쏘나타 가솔린(휘발유) 하이브리드차를 출시한다. 내년 출시를 목표로 디젤(경유) 하이브리드차도 개발 중이다. 전기차 개발·양산에도 노력하고 있다. 현대차가 지난달 국내 첫 양산형 고속전기차 ‘블루온’을 공개한 데 이어 기아자동차도 내년 말 양산형 고속전기차를 내놓을 예정이다. 차종은 소형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CUV)다. 2012년 상용화가 목표인 수소연료전지차는 국내외 시험운행을 통해 상품성을 높이고 있는 단계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7월 고연비·친환경차 개발과 이산화탄소 감축을 위해 2013년까지 총 4조1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친환경차 개발에 2조2000억원을 투입하고, 고연비 엔진·변속기와 경량화 소재 개발에 1조4000억원을 쓰겠다는 것이다. 각 공장의 이산화탄소 감축을 위한 에너지 관련 시설투자에도 5000억원을 쓰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공장의 에너지 시설투자를 통해 내년 278만t으로 예상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2년에는 262만t으로 6%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친환경차 속속 등장=현대차그룹의 첫 양산형 그린카는 지난해 7월 나온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다. 이어 기아차의 포르테 LPi 하이브리드도 출시됐다. 현대·기아차의 LPi 엔진 기술과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접목해 연비를 끌어올린 모델들이다. 올해 말 미국에서 출시될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연비가 L당 20㎞ 정도가 될 전망이다. 기존 휘발유 쏘나타의 연비인 L당 13㎞(2011년형 2.0 모델 자동변속기 기준)보다 50% 이상 높아지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에는 하이브리드차 생산을 연간 50만 대까지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전기차도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분야다. 현대차가 지난달 공개한 블루온은 유럽·인도에서 팔고 있는 소형 해치백 모델 ‘i10’을 기반으로 만든 차다. 한 번 충전해 140㎞를 갈 수 있으며, 최고 속도는 시속 130㎞다. 올해 30대를 정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등에 제공해 시범 운행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현대 블루온과 기아차의 소형 CUV를 합쳐 2012년 말까지 총 2500대의 전기차를 양산·보급할 계획이다.

 수소연료전지차는 2012년 1000대, 2018년 3만 대를 생산하는 것이 목표다. 현대·기아차는 2004년 미국 에너지부가 주관하는 수소연료전지차 시범사업자로 선정된 바 있다. 올해 안에 필요 부품의 99%를 국산화하는 게 목표다. 관련 실적도 착실히 쌓아가고 있다. 2008년 8월 현대 투싼 연료전지차 두 대와 기아 스포티지 연료전지차 한 대로 미국 동부 메인주 포틀랜스에서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까지 미 대륙 동서 횡단에 성공했다. 같은해 12월에는 기아 모하비 수소연료전지차가 한 번 충전해 633㎞를 달리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2013년 기준으로 약 20만 대의 친환경차가 운행할 경우 연간 쏘나타 4만1400대를 굴릴 수 있는 기름을 아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2018년 기준으로 하이브리드·수소연료전지차에서만 약 8조7000억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4만6000개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선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