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씨배 거머쥔 창하오, 바둑 올림픽 중국 첫 우승 한 풀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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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 2인자 중국의 창하오(常昊.사진)9단이 한국의 최철한 9단을 3대1로 꺾고 응씨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 우승컵을 차지했다. 국내 3관왕으로 이창호 9단을 3대0으로 꺾고 '국수'위에 오르며 승승장구하던 스무살 강자 최철한 9단은 세계무대 첫 정상 도전에서 실패해 아쉽게도 준우승에 머물렀다.

5일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응씨배 결승4국에서 창하오가 승리하는 순간 전국에서 모여든 중국 보도진으로 꽉 찬 검토실에선 떠나갈 듯한 환호성이 일어났다고 현장에 있던 관계자들은 전한다. 곧이어 이 자리에 나타난 창하오는 "응씨배 창설자 잉창지(應昌基)선생의 평생 소망을 이뤄 너무 기쁘다. 나는 16년 전 1회 대회 때 스승인 녜웨이핑 9단이 한국의 조훈현 9단에게 패배한 것을 설욕했다. 중국 바둑의 숙원을 이뤘다"고 말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중국 바둑이 오랜만에 활짝 웃는 날이었다.

우승상금 40만 달러의 응씨배는 4년마다 한번씩 열려 바둑올림픽이라 불리는 대회. 그러나 이 대회는 지난 네 차례의 대회를 한국의 조훈현.서봉수.유창혁.이창호가 차례로 따냈다. 또 창하오는 여섯 번이나 세계무대 결승에 올랐으나 이창호 9단에게 세번, 조훈현 9단에게 두번, 이세돌 9단에게 한번을 져 도합 여섯 번이나 준우승에 그쳤다. 한국 바둑에 가로막혀 중국은 지난 5년간 세계대회 우승컵을 단 한번도 차지하지 못했다. 중국 매스컴은 '공한증을 극복하라'며 질타했고 끝없는 패배 속에서 중국 기사들의 좌절은 깊어갔다. '중국의 이창호'란 별명도 얻으며 새로운 대륙의 일인자로 떠올랐던 창하오는 한국과의 대결에서 연패하면서 깊은 슬럼프에 빠져들었다.

창하오는 그러나 바닥까지 내려간 다음 새로운 깨달음과 함께 서서히 되살아났다. 연상의 아내 장쉔(張琁) 8단의 내조도 큰 도움이 되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두 번의 세계대회 결승에 올랐고 두달 전 도요타 덴소배 결승에선 이세돌 9단에게 졌으나 응씨배에서 기어이 감격의 우승컵을 따냈다. 최철한 9단으로서는 가슴 아픈 패배였지만 중국 바둑은 이번의 승리로 오랜 염원을 이뤘고 창하오 역시 6전7기 끝에 맺혔던 한을 풀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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