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집값 고개 꺾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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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수년 째 계속돼 온 세계적인 부동산 붐이 한계에 가까워 오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에서 지난해 4분기에 전 세계 집값 상승률이 전반적으로 둔화하는 등 부동산 가격의 하락 조짐이 본격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집값 상승 둔화세=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전세계 주요 국가 중 지난해 4분기에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른 곳은 남아프리카공화국(전년 대비 29.6%)과 홍콩(28.7%)이었다. 그러나 이들 국가의 주택 가격 상승률은 지난해 3분기의 35.1%와 31.2%에 비해 떨어진 것이다.

집값 상승률이 가장 많이 둔화된 곳은 호주와 영국이다. 호주는 지난해 4분기에 2.7%가 올라 1년 전(19%)에 비해 급격히 둔화됐다. 영국도 지난해 여름 이후 위축되면서 올 2월 현재 집값 상승률은 지난해 7월의 절반인 10%로 떨어졌다.

사상 최고의 부동산 호황을 누리는 미국은 지난해 4분기 중에도 11.2%의 오름세를 보이는 등 부동산 거품현상이 계속됐지만 3분기에 비해서는 상승률이 떨어졌다.

그러나 이코노미스트 조사에선 제외됐던 중국의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과열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6일 지난해 부동산 평균 거래가격이 전년보다 14.4%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아파트를 포함한 주택 거래 가격은 15.2%나 올랐다.

◆주택가격 거품 꺼지나=이코노미스트는 집값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근거로 ▶실질 가치를 웃도는 가격상승▶일부에서 성행하는 투기적인 거래 등을 들었다.

미국의 경우 주택의 실제 가격이 임대가치(임대 수익률에 근거한 자산가치)보다 30% 정도 웃도는 등 세계 각국에서 실제 집값과 임대가치의 격차가 사상 최고수준으로 벌어지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분석했다. 이처럼 수익률이 떨어짐에도 불구,집값이 오르는 것은 투기적인 거래 때문이라는 게 이코노미스트의 분석이다.

최근 미국 부동산업 협회의 조사 결과 지난해 미국 내 전체 주택 구매의 4분의 1이 실제 거주하려는 것이 아니라 투자 목적이었다고 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수익률 하락에도 값이 오르는 현상은 계속 가격이 올라 차익이 날 것으로 본다는 뜻"이라며 "이는 수년 전 '닷컴 버블'이 부풀어 오를 때와 똑같은 현상"이라고 우려했다.

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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