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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바꾸는 백악관 '대통령 텃밭'의 가을걷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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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오바마 미 대통령 부인은 20일 백악관 텃밭(Kitchen Garden)에서 밴크로포트 초등학생들과 함게 가을걷이 행사를 가졌다. 지난해 3월 조성된 이 텃밭에서 미셸은 학생들과 고구마, 순무, 호박, 고추, 피망, 토마토, 콩 등 유기농 채소 수 백 킬로그램을 수확했다. 가을걷이가 끝난 뒤에는 백악관 요리사들이 이날 수확한 과일과 채소로 음식을 만들어 '가든파티'를 열었다.

백악관 텃밭의 역사는 194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차대전 중 루즈벨트 대통령은 백악관에 '빅토리 가든' 이라는 텃밭을 만들어 직접 채소 농사를 지었다. 그러나 이 텃밭은 얼마 뒤 잔디밭으로 바뀌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하자 친환경 운동단체인 ‘키친 가드너스 인터내셔널(KGI)’의 설립자인 로저 도이든은 백악관에 텃밭을 만들 것을 주문하는 청원운동을 펼쳤다. 청원에는 7만5천명이 서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였다. 마침내 2009년 3월 20일 미셸은 밴크로포트 초등학생들과 함께 백악관 남쪽 사우스 론의 잔디를 걷어내고 140평방미터 규모의 텃밭을 조성했다.

미셸은 봄이면 학생들을 초청해 채소 모종을 심고 씨를 뿌린다. 또 가을이 되면 가을걷이 행사를 열어 이곳에서 생산된 농산물로 식사를 함께한다. 이 텃밭에서는 농약은 쓰지 않는다. 무당벌레 등을 이용한 천적농법으로 채소와 과일을 가꾼다. 2009년 이 텃밭에서 수확한 채소와 과일은 모두 55종으로 454kg에 달했다. 이중 절반은 오바마 대통령 가족의 식탁에 올려졌으며 나머지는 구호단체에 기부됐다.

백악관 요리사 샘 카스가 관리하는 백악관 텃밭은 세계적인 화제를 불러모으며 '히트상품'이 됐다. 텃밭 옆에서는 양봉도 한다. 지난해 피츠버그에서 열린 G20회의에 참가한 미셸은 각국 정상 부인들에게 여기서 생산된 벌꿀을 선물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미셸 오바마가 텃밭을 가꾸면서 내세우는 슬로건은 "신선하고 건강한 지역 농산물( Fresh, Healthy and Local Food)"이다. 미셸은 이와 함께 아동비만퇴치 캠페인인 '렛츠 무브(Let's Move)' 운동을 벌이고 있다. 아동 비만이 사회적 골칫거리로 부상하자 직접 채소를 길러 먹는 친환경 식단으로 건강을 되찾자고 강조하고 있다.

백악관은 텃밭을 개방해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백악관 홈페이지에 텃밭 견학신청을 하면 이 텃밭을 둘러볼 수 있다. 미셸 오바마의 백악관 텃밭이 화제가 되면서 미국에서는 집에서 과일이나 채소밭을 일구는 비율이 일년만에 19%가 증가했다.

주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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