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염기훈의 왼발’ 비 내리는 부산 접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8면

윤성효(48) 감독이 부임 3개월 만에 수원 삼성에 우승컵을 선물했다. 수원이 지난해에 이어 국내 최고 축구팀을 뽑는 FA(축구협회)컵 정상에 올랐다.

 수원은 24일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벌어진 FA컵 결승전에서 부산 아이파크를 1-0으로 꺾었다. 2002년과 지난해에 이어 통산 세 번째 챔피언에 오른 수원은 우승 상금 2억원과 함께 내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 자격을 얻었다.

 수원 창단 멤버였던 윤 감독은 지난 7월 차범근 감독 후임으로 수원 사령탑에 올랐다. 그는 시즌 초반 부진의 수렁에 빠졌던 수원 선수들과 끊임없이 소통했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며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평소 웃지 않기로 유명한 윤 감독은 이날 우승을 거둔 후에는 환하게 웃었다. 대한축구협회가 마련한 KTX 특별열차를 타고 부산을 찾은 1000여 명의 수원 서포터들은 대형 걸개를 펼치며 우승의 감격을 나눴다. 윤 감독은 “믿고 따라와 준 선수들에게 고맙다”며 “내년에는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도전해 보겠다”고 말했다.

 반면 황선홍 부산 감독은 부임 후 수원전 무승 사슬(4무6패)을 이번에도 끊지 못했다. 또 지난해 리그컵 준우승에 이어 올 FA컵에서도 우승 문턱에서 무릎을 꿇었다.

 수원 우승의 일등 공신은 염기훈(27·사진)이었다. 군 입대를 미루고 내년에도 수원에 잔류키로 한 염기훈은 경기 초반부터 예리한 왼발로 부산 골문을 정조준했다. 결국 전반 26분 아크 중앙에서 25m 왼발 중거리슛으로 부산 골문 왼쪽을 흔들었다. 염기훈은 전북 현대와의 8강전에서 1골·1어시스트를 올리며 2-0 승리를 이끄는 등 이번 대회에서 2골·2어시스트로 맹활약했다. 염기훈은 대회 최우수선수에 올라 상금 300만원을 받았다.

 부산 황 감독은 후반 시작하자마자 박희도를 빼고 한상운을 투입하며 반전을 노렸다. 올 FA컵에서 4경기 연속 골을 뽑은 한상운은 황 감독이 준비한 비장의 카드였다. 하지만 황재원과 곽희주가 버틴 수원의 수비라인을 뚫지 못했다. 준우승을 차지한 부산은 상금 1억원을 받았다. 이날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에는 빗속에서도 3만1141명의 관중이 찾아 축구 축제를 즐겼다. 득점왕은 5골을 뽑은 지동원과 인디오(이상 전남 드래곤즈)가 공동 수상했다.

부산=최원창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