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시트콤 ‘프렌즈’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커트니 콕스가 최근 남편과 별거에 들어갔다. 콕스는 영화 ‘스크림’에 함께 출연한 데이비드 아케트와 1999년 결혼했다. 이혼과 별거가 잦은 할리우드에서 11년이라는 긴 시간을 버틴(?) 그 나름대로 모범 커플이었는데 안타까울 따름이다. 두 사람의 파경은 콕스의 ‘마더링(mothering)’, 즉 지나치게 엄마같이 구는 행동 때문이었다고 한다. 배우는 배역을 따라간다고 했던가. ‘프렌즈’에서 그녀가 연기한 모니카 역시 무언가 계획하고 조직하는 데 과도한 집착을 보여 시청자에게 웃음을 주곤 했는데, 아마 남편에게도 그러했는지 모르겠다.
흥미로운 것은 마더링에 지친 것이 남편이 아니라 콕스 자신이었다는 점이다. 그녀는 11번째 결혼기념일에 남편에게 오토바이를 선물하며 “난 더 이상 당신 엄마 노릇을 하고 싶지 않다”고 선언했다. 오토바이 선물은, 마치 성인이 된 아들의 독립을 축하하는 엄마의 마음을 상징하는 것.
콕스가 지나치게 남편을 쥐고 흔들었는지, 아니면 아케트가 어린아이 같았는지 알 수는 없다. 다만 파경 이후의 행보를 보면 아케트가 철없이 행동한 것만은 사실인 듯하다. 그는 별거 발표 직후 한 토크쇼에 출연해 두 사람 사이의 문제를 낱낱이 말했다. 심지어 지난 4개월 동안 잠자리를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까지 시시콜콜 다 토해냈다.
뒤늦게 정신을 차렸는지, 그는 이튿날 자신의 트위터에 글을 남겨 “내 경험을 솔직하고 분명하게 이야기하려고 했던 것뿐인데, 상대방을 고려하지 않고 지나치게 많은 이야기를 한 것 같다. 미안하다”고 고백했다. 한 언론은 그의 이런 생각 없는 행동에 대해 ‘TMI(too much information·지나치게 많은 정보) 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내리기도 했다.
두 사람은 만남의 시작부터 마더링의 조짐이 보였다. 그들이 처음 만났을 때 아케트의 어머니는 유방암으로 투병 중이었고 콕스가 아케트를 위로하며 사랑이 싹텄다는 것이다. 이후 아케트는 콕스에 대해 정서적으로 의존하기 시작했고, ‘어른이 되기 위해’ 심리치료까지 받았으나 별 성과는 없었던 모양이다.
남자는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어린아이 같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아케트가 콕스보다 7년 연하이기 때문에 이 같은 문제가 발생했는지도 모르겠다. 아이로니컬한 것은 드라마 ‘쿠거 타운’에서 콕스는 젊은 남자들과의 사랑을 통해 잃어버린 20대를 찾고자 하는 한 40대 ‘돌싱’을 연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녀에게 연하남이란 피할 수 없는 운명인가 보다.
한편, 두 사람의 별거를 계기로 부부 사이의 마더링 문제가 심심찮게 거론되고 있다. 한 언론은 마더링이 부부관계를 위협하고 있는가를 점검하는 여덟 가지 체크포인트를 제시했다. 이는 단지 아내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남편들에게도 해당한다.
①배우자의 믿음이나 습관을 바꾸려고 하는가 ②배우자의 잘못을 자주 지적하고 비난하는가 ③배우자가 아주 작은 일이라도 나 없이는 할 수 없다고 느끼는가 ④배우자에게 ‘지령’을 주고 계속해서 종용하는가 ⑤내가 이 집에서 유일한 어른이라고 느끼는가 ⑥배우자가 내 방식대로 일을 처리하기를 요구하는가 ⑦배우자에게 이야기할 때 꾸짖는 말투를 쓰는가 ⑧배우자가 선택한 것을 종종 별것 아닌 것처럼 대하는가.
이상의 항목에 대해 여러 번 고개가 끄덕여진다면 당신은 배우자를 마더링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갈등이 더 커지기 전에 반성들 하시길.
일간지에서 문화부 기자로 근무하다 현재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에서 유학하고 있다. 음악과 문화 등 대중문화 전반에 폭넓은 관심을 갖고 있다.
김수경 sisikolkol@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