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외교, 일본 방문 무기한 연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정부는 11~13일로 예정됐던 반기문 외교부 장관의 일본 방문 계획을 4일 무기한 연기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최근 일본 시마네(島根)현 의회의 '독도의 날' 제정 조례안 상정으로 야기된 일련의 사태와 관련해 우리 국민의 감정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교부 장관의 방일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방일 재추진 여부는 상황의 추이를 봐가면서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안을 둘러싼 양국 간 마찰로 인해 외교부 장관의 방일 계획이 무기한 연기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와 관련, 정부 고위 당국자는 "다카노 도시유키(高野紀元) 주한 일본대사의 '독도는 일본 땅' 발언 이후 노무현 대통령과 반 장관이 잇따라 일본 측의 성의있는 자세를 공개 촉구했지만 별다른 반응이 없는 상황"이라며 "우리 정부의 분명한 의지를 전달하기 위해 추가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16일로 예정된 시마네현의 조례안 투표가 향후 양국 관계의 최대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일본 정부의 태도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교부 당국자도 "정부는 최근 여러 경로를 통해 조례안 통과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강력히 전달했다"며 "결과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조례안이 통과될 경우 정부 대책에 대해 "여러 가지를 준비 중이며 대개 상상할 수 있는 내용이 될 것"이라고 밝혀 상황에 따라 또 다른 추가 조치를 취할 것임을 강력히 시사했다.

이 당국자는 "일본 정부도 이런 시기에 외교부 장관의 방일이 적절치 않다는 점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을 것"이라며 "일부 국내 정치인의 방일 계획도 연기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하지만 '한.일 우정의 해' 행사는 주로 민간 주도로 추진돼 왔고 문화.스포츠 등 비정치 분야의 행사가 대부분인 만큼 예정대로 추진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일 정상 간 셔틀외교에 대해서도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어 지금 그 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신홍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