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샤오핑, 흑묘백묘론 내세워 개혁·개방 … 장쩌민은 사유재산 보호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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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호 06면

중국의 경제발전 노선은 마오쩌둥부터 덩샤오핑, 장쩌민, 후진타오에 이르기까지 최고지도자에 따라 뚜렷한 색깔을 드러내 왔다.

마오쩌둥~후진타오, 시대별 경제노선

마오쩌둥 시대는 ‘영국을 추월하고 미국을 따라잡는다(超英<8D76>美)’는 것으로 요약된다. 대약진 운동이 한창이던 1957년에 제기된 이 슬로건은 ‘15년 안에 영국을 추월하고, 다시 미국을 따라잡는다’는 구체적인 시간표도 제시했다. 마오는 체제 경쟁을 벌이던 소련의 흐루쇼프가 ‘15년 만에 미국을 추월하겠다’고 선언한 데 자극을 받았다. 이른바 자력갱생에 의한 급진적 성장 노선이다. 이 정책에 따라 중국 곳곳에는 소규모 철강공장이 건설됐고, 중화학 공업이 집중 육성됐다. 멀쩡한 농기구와 기계들을 녹여 철강 생산을 하는 웃지 못할 장면까지 연출됐다.

78년 말 개혁·개방을 선언한 덩샤오핑 시대는 ‘3개 유리(三個有利)’라는 말로 압축된다. 92년 덩샤오핑의 ‘남순강화(南巡講話·남부도시들을 순방하며 개혁·개방을 촉구했던 발언)’에 나온 이 말은 ‘생산력과 종합 국력과 인민 생활수준 등 3개 요소에 이롭다면 결국 좋은 것’이라는 뜻이다. 역시 성장 우선주의라고 할 수 있지만 생활수준을 강조한 게 눈에 띈다. 덩샤오핑은 특히 흑묘백묘론과 함께 ‘먼저 부자가 되어도 좋다(先富起來)!’라고 선언해 불균형 성장을 용인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6·4 천안문 사태 직후인 89년 6월 당 총서기에 오르면서 권력을 잡게 된 장쩌민 시대의 노선은 ‘3개 대표론(三個代表論)’으로 요약된다. 중국공산당이 ‘선진 생산력, 선진 문화, 광범위한 인민의 이익 등을 대표해야 한다’는 뜻이다. 공산당이 보호해야 할 계급을 손꼽으면서 농민·노동자와 함께 자본가들을 명시한 것이다. 당헌에 ‘사유재산 보호’ 조항이 삽입됐고, 많은 사영기업 소유주가 공산당에 가입했다. 덩샤오핑 시대에 비해 자유시장경제와 민간 기업의 중요성을 대폭 인정했다.

후진타오 시대는 ‘과학발전관(科學發展觀)’으로 특징지워진다.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정책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자는 게 핵심이다. 그간 성장 우선주의 정책으로 인해 야기된 지역 간 불균형과 빈부격차, 환경훼손 등의 문제를 극복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후 주석 시대에 빈부격차는 더 벌어지고, 공직자 부패는 근절되지 않았다. 후진타오 시대의 종반부에 다시 ‘민부(民富)’ 노선을 들고 나온 이유다.

2012년 가을 모습을 드러낼 시진핑 체제는 이런 과제들을 해결하면서 산업구조와 체질을 선진화할 노선을 채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성장 못지않게 분배를 중시할 가능성도 크다. 시진핑으로의 명실상부한 권력 이양은 중국공산당 제18기 3중전회가 열릴 2014년 가을이 유력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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