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전하세요… 30억원짜리 거대 조각상 '채러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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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 4일 천안 아라리오 조각 광장에 설치된 "채러티"는 예쁜 소녀 모습으로 첫 날부터 젊은이들의 인기를 끌었다.

키 6m 85㎝, 몸무게 6.5t의 거인 소녀상이 4일 천안시 신부동 아라리오 조각광장에 나타났다. 금발머리에 파란 치마를 입고 곰인형과 모금 상자를 안은 이 앳된 소녀의 이름은 '채러티(자선)'.

청동에 채색을 한 대형 조형물로 영국 작가 데미언 허스트가 2003년에 발표해 세계 미술계에 화제가 됐던 작품이다. 1950년대 영국 거리에 세워졌던 자선 모금 상자를 되살려 확대한 것으로 진정한 자선 행위가 사라지는 현대 사회를 꾸짖는 목소리를 담았다.

'채러티'는 크기도 엄청나지만 값도 만만치 않아 150만 파운드(약 30억 원)를 호가한다. 지난해 미술품 전문 보관소로 이름난 영국 모마트 창고에 불이 났을 때 탔다는 소문이 돌아 미술애호가의 탄식을 자아냈던 그 문제작이다. '채러티'는 너무 커서 창고 밖에 있다가 무사히 배를 타고 한국 땅에 도착해 이날 천안 시민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채러티'를 사들인 사람은 작가이자 미술품 수집가인 김창일 아라리오그룹 대표다. 그는 천안 시외버스터미널 앞에 '아라리오 스몰시티'를 만들고 아라리오 갤러리와 푸른조각공원을 운영하며 천안을 미술의 도시로 만들고 있다. 그는 2000년 데미언 허스트의 대형 작품'찬가'에 이어 '채러티'를 구입해 영국 미술전문지가 보도할 만큼 세계 미술계의 눈길을 끌었다.

김 대표는 "국제 미술계와 시차를 줄여나가며 한국 미술과 콜렉션의 질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0년에 '언아더 아라리오 뮤지엄(또하나의 아라리오 미술관)'을 개관할 계획도 밝혔다. 041-551-5100.

천안=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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